[계엄 후폭풍]금융시장 급한 불 껐지만…외인 4000억 매도 공세

간밤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출렁이던 금융시장은 오전부터 빠르게 안정세를 찾았다. 144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1410원 수준으로 내려왔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 주식과 한국물 상장지수펀드(ETF) 급락에도 국내 증시는 1% 중반의 낙폭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다만 외국인들은 순매도세를 키우며 국내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정국 불확실성이 축소되더라도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은 전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안팎으로 연이어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등을 열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가능한 모든 금융·외환 시장안정 수단을 꺼내 들었다.

기재부에서는 실물경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이날부터 모든 은행과 증권사에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를 허용하면서 단기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의결했다.

금융위원회는 10조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와 40조원 규모 채권시장 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즉각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에서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며 외화조달 여건과 금융사별 외화유동성 변동 추이 점검에 나섰다.

간밤 비상계엄령 선포 안팎으로 큰 변동성에 휩싸였던 금융 시장은 개장과 함께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야간 외환시장에서 오전 12시 17분께 1446.5원에 거래되던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에서 141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3시30분 기준) 1402.9원 대비 7.2원 가량 오른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 때 2%까지 낙폭을 키웠지만 하락 폭을 좁혔다. 개장 시가인 2450.76에 비해 하락 폭이 줄었다. 코스닥은 1.98% 하락했다. 간밤 계엄령 선포 안팎으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이 10% 넘게 하락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편입한 ETF가 7% 가량 하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임시 금통위 개최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 금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채권시장 불안(레고랜드 사태) 때보다 안정적”이라면서 “환율도 한때 1440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간 상황이고 현재 환율은 달러 가치의 변동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인 시장 안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번 비상계엄령 사태가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비상 계엄령) 문제가 국제 투자자들 관점에서는 분명한 마이너스 쇼크(충격)로 보고, 부정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한국 대비 다른 국가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인식되면 한국 투자를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2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장중 한 때 5000억원어치 이상으로 늘어났던 외국인 순매도세는 장 마감 직전 매수세가 들어오며 총 금액을 줄였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045억원어치, 코스닥에서 146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이 매도한 물량은 대부분 개인이 소화했다. 기관 순매수는 347억원어치에 불과했다.

증권가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장기적으로는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이전에는 쉽사리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는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신용등급이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적인 원화 약세 압박은 한국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이날 한은이 대대적인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원화 약세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약속했지만 최근 비슷한 이슈가 부각됐던 프랑스 케이스에 비춰 봤을 때 원화에 닥칠 비상계엄 후폭풍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변동성 높아진 외환시장 분주한 딜러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전화하며 거래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대비 11원 이상 오른 1,41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024.12.4
 hkmpo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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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높아진 외환시장 분주한 딜러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전화하며 거래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대비 11원 이상 오른 1,41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024.12.4 hkmpooh@yna.co.kr (끝)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