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천무, 천궁 등 'K-방산'의 연이은 수출 소식에 국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방산이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역량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K-9 자주포의 경우 K-방산 최대 수출품으로 호주, 이집트, 인도, 노르웨이 등에 이어 루마니아까지 10개국에 수출됐다.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의 60%를 점유하며 베스트셀러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K-방산이 이 같은 약진을 이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내수와 특정 기업, 특정 연구개발(R&D) 조직 위주의 협소히고 전통적인 방산 생태계다.
산업연구원(KIET)이 작성한 '글로벌 방산 생태계 최근 동향과 K-방산 혁신생태계 조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방산 매출액은 20조원으로 이 가운데 수출은 12%인 2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70~80% 수준인 이스라엘은 물론 25~35% 수준인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부 지정 방산업체 84곳 중 체계종합업체(완제품 생산업체) 16곳이 전체 매출의 71%, 수출의 9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정부 출연연구소 중심의 R&D 구조, 자금지원 측면에서는 방위산업진흥회 이차보전·보증 중심의 협소한 산업생태계가 문제로 꼽힌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K-방산 생태계가 미국(100) 대비 생산성 58.7, 강건성 58.5, 혁신성 63.9에 그친다며 산업구조 개편과 생태계 혁신을 주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방위산업 생태계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각 방산 생태계 현대화 전략을 발표하고 혁신 주체 확대, 무기 획득방식 유연화, 전문인력 확대 등을 추진한다. 기존 방산업체에서 새로운 민간 첨단기술 기업과 대학, 서비스 기업, 금융기관 등으로 혁신 주체를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끊임없이 도발을 이어왔으며 러시아 파병으로 긴장감을 한층 높였다.
일부 방산 품목 수출 호조세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전통적 산업 구조를 개편해 탄력적이고 혁신적인 K-방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도 강화할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