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쇼핑과 케이블TV 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결국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으로 이어졌다. 성장이 정체된 홈쇼핑 업계가 고질적인 수수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는 분석이다. 케이블TV 업계 또한 감내할 수 없는 급격한 수수료 인하는 방송 생태계 붕괴에 이르는 행위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유료 방송 시장에서는 이번 블랙아웃 사례가 도미노처럼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수료 문제를 시장 자율에만 떠넘겨온 당국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CJ온스타일은 5일 자정을 기해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 대한 방송 송출을 전격 중단했다. 케이블TV 3사의 CJ온스타일·CJ온스타일플러스 채널에서는 검은색 화면과 함께 안내 자막이 송출되고 있다.
송출수수료 갈등으로 홈쇼핑이 방송 송출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5년 홈앤쇼핑, 2020년 SK스토아가 개별 종합유선방송사(SO)에 방송 송출을 중단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양 사가 합의해 일정 기간 송출을 중단하거나 SO에서 선통보한 경우라 이번과는 성격이 다르다.
CJ온스타일이 지난달 초 케이블TV 3사 동시 송출 중단을 선언한 이후 양 측은 한 달여 간 협상을 이어왔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대가검증협의체를 가동하고 중재에 적극 나섰지만 이미 벌어진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송출 중단 직전인 4일 늦은 밤까지 협상과 중재가 계속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가 사업자인 홈쇼핑이 송출 중단을 결단한 것은 그만큼 물러날 곳이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사업자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9% 감소한 3270억원을 기록했다. 취급고와 매출액 또한 5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상황이다.
반면 전체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375억원으로 방송 매출 대비 71%까지 치솟았다.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송출수수료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 CJ온스타일이 총대를 멨다는 시각이 나온다.
케이블TV 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단순 사업자 간 갈등을 넘어 유료방송 생태계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홈쇼핑 업계 요청에 맞춰 적정 수수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해왔는데 CJ온스타일이 감당할 수 없는 인하 폭을 요구해 갈등을 키웠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아날로그 송출 방식인 일방향회선(8VSB) 가입자다. CJ온스타일은 8VSB에 대해 디지털 연계가 어려워 시청 환경 개선이 쉽지 않고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가입자 대부분이 비주거용 법인 이용자가 많아 디지털 취약 세대라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8VSB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기본 시청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기술 방식인 만큼 가입자 산정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8VSB 가입자 산정을 제외하는 것은 주된 가입자인 중장년층과 방송 시청 의존도가 높은 취약 계층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양 측의 갈등은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양 측은 과기정통부가 가동한 대가검증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대가검증협의체에서 완성하는 결론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이다. 당사자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블랙아웃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케이블TV 3사에서 송출 중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소송전이 길어질 경우 블랙아웃 기간은 최대 2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과기정통부 또한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계획 이행점검 등 여러 압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블랙아웃 확산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홈쇼핑-KT스카이라이프, 롯데홈쇼핑-딜라이브 강남, CJ온스타일-LG헬로비전이 각각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블랙아웃 직전까지 치닫은 바 있다. 올해 또한 복수의 홈쇼핑사가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을 매듭 짓지 못한 상태다. 특히 수수료 규모가 큰 TV홈쇼핑의 경우 CJ온스타일 행보를 주시하며 사업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송출 중단 3개사를 통한 매출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협상마저 소극적인 상황이라 송출 중단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영업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유료 방송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기본 시청권마저 침해한 것”이라며 “홈쇼핑사가 기존 계약 방식과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며 근거 없는 과도한 송출수수료 인하를 강요했다”고 맞서고 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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