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간 수싸움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로 총의를 모았고, 더불어민주당은 7일 오후를 표결 시점으로 정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을 함께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압박에 나섰다. 또 야당이 잠시 유예했던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는 등 야야 대치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혼란으로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탄핵은 통과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데 이어 한 대표도 탄핵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며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계엄을 한 것이라 했지만, 위법한 계엄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도 윤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께 사과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트라우마'를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큰 충격과 심려를 끼친데 대해 여당 원내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말씀 드린다”면서도 “지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남은 것은 극명하게 갈라진 대한민국과 정치보복 적폐수사뿐이었다.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 찬성 여론을 발판으로 내란 동조 세력이 되지 말라며 여당을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왕정을 꿈꿨던 친위 쿠데타, 절대 군주가 되려 했던 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윤 대통령을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대표를 향해선 “대범하게 본인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결 시점을 두고 고민을 거듭 민주당 지도부는 7일 저녁 7시경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또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도 동시 추진하기로 했다.
표결 시점을 여유롭게 잡아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여당의 이탈표 극대화 전략을 모색하되, 김 여사 특검법 표결을 동시에 함으로써 여당의 본회의 집단 불참 가능성을 차단하고 양식있는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에 대비해서는 비상계엄과 내란죄를 상설특검을 열어 수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에, 국민의힘이 본회의에 불참하면 부결된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따른 재표결이기 때문에,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요구한다. 국민의힘이 '출석'을 안한다면 야권 혹은 민주당만으로 가결이 가능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열린 본회의에도 불참했다. 대신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감사원장·검사 탄핵 규탄시위'를 개최했다. 추 원내대표는 “분풀이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이야말로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했고, 지나가다 이를 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여야간 물리적 출동까지 이어졌다.
국힘 관계자는 “당분간 야당 주도 표결이 이뤄지는 본회의는 집단 불참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