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개발, 제조, 사업 지원 등 핵심 기능별로 최고책임자를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조치로, SK하이닉스는 2018년 반도체 호황기(슈퍼사이클) 이후 최대 규모 임원 승진도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5일 조직개편을 통해 C레벨 중심의 경영 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인 곽노정 사장 산하 △AI 인프라(CMO) △개발 총괄(CDO) △양산 총괄(CPO) △미래기술연구원(CTO) △코퍼레이트 센터 5개 사업부문을 뒀다.
AI 인프라는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담당한다. HBM은 고객사별로 기능과 성능이 다른 '맞춤형'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데, AI 인프라 사업 부문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 담당 체제로 있던 D램 개발과 낸드 개발이 개발총괄(CDO) 산하로 배치됐다. 모든 메모리 제품 개발 역량을 결집한 조직으로 미래 제품 개발을 위한 전사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는 낸드솔루션 커미티(N-S Committee)를 담당했던 안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안 사장은 미래기술연구원과 경영전략, 솔루션 개발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올해 사내이사에 선임, 회사 기술과 전략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왔다.
제조/기술 담당과 P&T(패키징 및 테스트) 담당 등 메모리 생산과 관련된 조직은 양산총괄(CMO)로 통합됐다. 전공정과 패키징·테스트(후공정)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를 포함해 국내외 건설하는 공장(팹) 생산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미래기술연구원(CTO)은 SK하이닉스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을, 코퍼레이트 센터는 전략과 재무, 기업 문화, 구매 등 전사 지원 역할을 지속적으로 맡는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외교 통상 전문가를 다수 배치,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정책과 급변하는 지정학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르네상스 원년으로 삼았던 올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AI 반도체 등 미래 기술과 시장을 지속 선도하기 위한 '강한 원팀' 체제 구축에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이날 안 사장 승진 외 신규 임원 33명과 연구위원 2명을 선임했다. 총 36명으로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41명)에 이어 최근에 이뤄진 최대 규모 승진이다. SK하이닉스는 HBM·D램 등 주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탁월한 성과를 낸 조직에서 다수의 신규 임원을 선임, 성과에 기반한 인사를 명확히 했다. 신규 임원 중 70%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 기술 분야에서 선임해 기술회사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AI 메모리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로 기존 사업과 미래 성장 기반을 리밸런싱해 AI 메모리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