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 추진에 따른 일련의 정국 혼란이 자칫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강경발언이 이어지면서 당장 한미일 3자 협력을 위태롭게 만들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촉발한 국내 정치적 혼란은 태평양에서 3자 동맹(한국·미국·일본)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계엄령 선포 및 해제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정가의 환심을 샀던 훈훈한 분위기는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은 윤 대통령이 왜 그런 충격적이고 권위주의적 움직임을 보였는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3일) NYT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바이든의 외교 틀을 흔들면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내 주요 인사들도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 국무부 커트 캠벨 부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만에 해제한 것에 대해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평가했다.
캠벨 부장관은 이날 오후 워싱턴D.C.의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아스펜연구소가 주최한 '아스펜전략포럼(ASF)'에 참석해 “앞으로 몇 달간 한국은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같은 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상계엄 정국과 관련 “한국 민주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미국 정부가 계엄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뒤에 나왔다.
국제사회의 한국 '민주주의 신뢰'에 대한 저평가는 수출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미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특히 한미일 협력은 다자무역체제가 흔들리는 현재 상황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계엄 사태에 따른 혼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강화할 명분을 줬다면서 계엄 이후 한국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실제 비상계엄 사태 후 이틀째인 5일 국내 증시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3000억원 가량 순매도를 잇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22.15포인트(0.90%) 내린 2441.85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9%가량 떨어졌고, 코스피 지수는 7% 정도 빠진 상태다. 8월 이후 국내 증시를 빠져나간 외국 자금은 140억 달러(약 19조7000억원) 이상이다.
정부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전반과 금융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관련 상황을 매일 점검하는 등 대외신인도 유지에 만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경제금융상황 점검 TF회의를 열고 “기재부 내 경제금융상황실을 설치하고 기존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경제금융상황 점검 TF로 확대·개편하고 경기·민생을 포함한 실물경제·금융시장 전 분야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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