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호주의 청소년 SNS 금지법,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구덕회 한국정보교육학회장 (서울교대 교수)
구덕회 한국정보교육학회장 (서울교대 교수)

호주(Australia) 상원과 하원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1년 후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호주 정부 관계자는 이번 법안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구 트위터), 스냅챗, 틱톡 등 주요 SNS 플랫폼의 사용이 금지되며, 교육 및 건강 관련 서비스와 메시징 앱, 온라인 게임 플랫폼 등은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 클래스룸, 유튜브, 헤드스페이스, 왓츠앱, 디스코드 등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두된 '청소년 SNS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청소년들에게 편리한 소통 방식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중독, 불안, 가짜 정보 확산,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역기능을 초래하며 논란을 일으켜왔다.

한국 역시 청소년들의 디지털 사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호주의 사례를 단순히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만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디지털 환경을 건강하게 조성하려면 단순한 규제를 넘어선 보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디지털 도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교육은 청소년들이 디지털 도구를 더 바람직하고 생산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히 기술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도구의 장단점을 이해하며 이를 통해 건강한 사용 습관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풍부한 디지털 경험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험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연결된 디지털 환경은 심리적 여유를 제한하고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디지털 사용 시간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에듀플러스]〈칼럼〉호주의 청소년 SNS 금지법,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그렇지만, 단순히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다. 청소년들이 디지털 도구를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데 있어 명확한 목표와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청소년들이 디지털 시대의 도전과 기회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는데 기여한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한 컨설팅 기관에 따르면, 2025년에는 개인의 하루 디지털 상호작용 횟수가 5,000회에 이를 것이라 한다. 디지털 상호작용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진다면, 청소년들은 정보 과잉과 집중력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상호작용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청소년, 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요구된다. 청소년들은 건강한 디지털 사용 습관을 형성하고, 디지털 도구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디지털 환경을 깊이 이해하며, 자녀가 올바른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각각의 대상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질 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호주의 청소년 SNS 금지법은 청소년의 디지털 사용에 따른 역기능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규제를 넘어 디지털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라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처럼, 법적 규제에만 의존하기보다,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디지털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구덕회 한국정보교육학회장 (서울교대 교수) dhk@snue.ac.kr

◆구덕회 교수=전 서울시 초등교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촉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선임연구원, 대구교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