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정밀지도 해외 반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플랫폼 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정밀지도 데이터가 스마트시티·자율주행·로봇 등 첨단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공간 데이터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외 반출 여부를 심사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추가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협의체에는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안보 관련 부처만 참여한다. 협의체에 관광 진흥 부처인 문체부를 포함시켜 공간정보 국외 반출 기준을 완화하려는 것이 법안 핵심 취지다.
해외 빅테크 기업과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정밀지도 해외 반출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구글, 애플이 꼽힌다. 가장 최근에는 애플이 지난해 2월 축척 5000분의 1의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허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반출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BMW, 벤츠 등 해외 자동차 제조사도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와 제휴를 통해 부분적인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이 (국토지리정보원에) 직접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맵을 통해 돌려서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여러가지 경로를 설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플랫폼 업계는 공간 데이터가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정밀지도 해외 반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 정밀지도를 기반으로 국내 서비스를 강화하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지도 사업자들이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이 2008년 모바일 버전 지도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당시 미국과 유럽의 내비게이션 최대 사업자였던 탐탐(TomTom)과 가민(Garmin)의 주가는 각각 85%와 70% 가까이 폭락했다.
스마트시티·자율주행·로봇 등 첨단 산업에서 공간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각종 센서로 수집된 데이터와 결합해 디지털 트윈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정밀지도가 GPS 센서 등과 결합하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뿐 아니라 로봇,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AR 글래스, 배송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지도 데이터 반출을 쉽게 허용하기보다는 국내 산업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게 국내 업계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밀지도를 미국 소재 기업이 현지 서버에 저장하고 활용한다면, 한국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정밀지도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된다”면서 “공간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만큼 국내 사업자를 우선 진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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