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기고]초등 영어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이렇게 달라져요

오보람 영화초 교사.
오보람 영화초 교사.

'Hello! My name is…' 영어 시간의 첫 시간은 보통 영어 수업 시간의 규칙을 소개하고 교사 및 원어민 보조교사, 그리고 학생 자신을 소개하는 활동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교과 전담교사로서 나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로 소개도 할 겸 그날도 역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3월 첫 주 영어 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주요표현을 배우고, 그 문장을 활용하여 스스로 릴레이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의 수업을 설계하였다. 첫 번째 줄 맨 끝에 앉은 학생을 지목하여 물었다.

“Hello! My name is 보람, what's your name?”

머지 않아 나는 무엇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미우(가명)는 가만히 나를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입을 열기는 커녕 마스크를 쓴 얼굴로 멀뚱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다시 한번 시도했다.

“What is your name?”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 1~2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던 나는 내적 갈등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순간을 어떻게 슬기롭고 현명하게 넘길 것인가? 교사들이라면 3월 첫 주에 학생들과 교사의 관계 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러했기 때문에 교사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이 학생에 대해 유연하게 넘어갈지, 단호히 훈육해야 할지 머릿속이 상당히 복잡했다.

“선생님을 따라 해볼까? What”

“....”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학생 중 한 명이 그 침묵 속에서 나를 구원해주었다.

“선생님 미우 원래 말 안해요.”

“뭐라고?”

원래 말을 안 한다니, 그런 게 어디 있지 속으로 말을 삼키고 침착히 다음 말을 내뱉었다.

“그럼 미우 뒤에 지혜(가명)부터 해보자. What's your name?”

[에듀플러스][기고]초등 영어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이렇게 달라져요

다행히 지혜는 말을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미우는 특수교육대상자이면서 선택적 함구증이 있는 학생이었다. 교과전담교사와 담임교사는 학년 초 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학생을 경험해보지 않고 선입견을 갖는 것이 싫었던 나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학생의 정보를 애써서 구하지 않았었는데, 그 결과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초등학교 영어 교육과정의 목표에 있는 것처럼 기초적인 의사소통을 하려면 듣기뿐만 아니라 말하기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우의 영어 의사소통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나의 이런 고민은 뜻밖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다소 해결해주었다.

해당 기능은 더빙으로 음성을 듣고 따라 말하면 AI가 자동으로 정확성, 유창성, 완성도, 억양을 채점해준다. 게다가 학생의 음성 또는 영상 원본 데이터가 저장되므로 교사가 나중에라도 확인하고 학생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사실 AI가 제대로 음성을 분석하지 못할 정도로 분명하지 않은 소리였지만, 교사는 학생의 녹화된 영상을 통해 '소리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학생은 말하는 것 외에도 디지털을 활용한 수업을 어색해하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밀착지원이 필요했는데, 영어 학습 수준이 낮아서 도움이 필요한 것 외에도 또 다른 장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시간 꾸준히 조금씩 디지털 소양을 기르도록 지원한 결과 낯선 사람 앞에서는 입을 열지 못하는 미우를 디바이스와 에듀테크가 도와준 것이다. 학생의 점수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였다. 미우의 말하기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여겼었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순간이었다.

미우 뿐만 아니라 학업성쥐수준이 보통이거나 높은 학생도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디바이스를 활용하여 영어 말하기 표현 연습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장점이다. 기존에는 오디오를 듣거나 따라 말하는 등 말하기 표현 연습 시간이 제한적이었다면, 주어진 시간 내에서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기 연습을 하고, AI 분석 결과에 따라 자신의 말하기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모든 교과가 그러하겠지만 영어의 경우 학습격차가 큰 것이 수업을 진행할 때 어려운 이유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AI 디지털교과서는 이러한 고민을 덜어준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대시보드는 학생 각각의 학습 진도와 성과를 대시보드 형태로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이 시스템 덕분에 교사로서 각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눈으로 관찰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 대한 파악도 용이했다.

특정 영역에 대한 분석 결과가 다른 영역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학생의 경우 가까이 다가가서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제2의 눈이 되는 것이다. 대시보드를 기반으로 너무 빨리 과제를 해결한 학생에게는 학생 수준에 적합한 자료를 추가로 제공해주거나, 학업성취수준이 낮은 학생에게는 다음 시간 수업 설계 시 과제 난이도를 조절하여 배포한다. 학생들의 수업 결과가 전산화 되어 누적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교사는 학생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선생님은 항상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와요?”

영어교실 앞에서 학생들에게 인사하며 맞이하는 나에게, 영어교실까지의 학생 이동을 임장하시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질문이다. 정말 매일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에 관심과 흥미를 얻게 하기 위해서 나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영어 선생님들께서 영어 수업을 '즐겁고 신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신다. 즐거운 영어 수업시간을 위해 게임활동을 많이 구안하기도 하는데, 너무 경쟁요소에 몰입되어 학생들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골고루 게임에 참여하게 하는 동안 나머지 학생들이 별다른 활동 없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단점이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면 동일한 시간 동안 학생들의 실제 학습시간을 확대한다.

곧 도입되는 AI 디지털 교과서에 교사와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활용이 단순히 문제집을 모니터로 옮겨놓은 것 아니냐, 혹은 학생들의 협력적 소통역량 강화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등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사를 대체하거나, 모든 수업을 책임지는 만능일 수는 없다. 선생님들께 제안드린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과도하게 기대할 필요도 없고 무조건적으로 낙관적일 필요도 없지만, 일단 한 번 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