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극심한 정치 혼란…'불확실성'에 떠는 기업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무산됐지만 국내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내외 리스크에 노출될 위기에 놓이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당분간 국내 정치 상황이 혼돈에 빠져들 것으로 보이면서 기업이 가장 헤쳐나가기 어려워하는 '불확실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 지칭했던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 리스크가 고스란히 경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어 우려가 더 고조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8일 재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부결됐음에도 당분간 정치권은 물론 기업도 함께 리스크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2기 정권 공식 출범을 앞두고 정부 역할이 사실상 부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정부와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원팀'을 이뤄 개별 관세 협상과 보조금 축소·중단 우려에 대응해야 하는데 핵심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 지칭할 정도로 경제 활성화 의지를 보였는데 정작 정부 역할이 가장 중요해진 시점에 정국 마비를 자초했다”며 “기업이 개별적으로 정치 리스크를 헤쳐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대외 경제환경 변화와 예상되는 통상 리스크를 속수무책으로 두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우려했다.

특히 1%대 저성장 기조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기가 이번 탄핵 리스크로 인해 더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재 주요 국내 대기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각종 리스크에 놓여있다. 당장 반도체·배터리 보조금 지급 축소·중단 가능성에 직면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육성 견제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규제 정책에 국내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부품·장비·소재 기업에 유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하는 등 자국 생산 기조를 높인 것도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재편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자동차, 가전 등에 걸쳐 생산기지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다소 손해를 입더라도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이에 대한 영향을 추측하는 것 외에는 정책·규제 변화에 대한 기업의 예측·대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국내 경제가 상승기였던 반면 이번 시기는 대통령의 계엄 시도로 국내 정치가 혼란에 빠졌고 한국의 대외 신임도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통상압력이 최고조인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불확실성 강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