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글로벌 위기극복, 안방 '안정' 부터

[ET시선] 글로벌 위기극복, 안방 '안정' 부터

미국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 무역 통상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도 앞두고 세계 통상분야는 혼돈의 시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특유의 '밀당 전략'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선 직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국가 안보'다. 마약과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의 의중을 두고 통상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트럼프식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지만 2026년 재협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협상 시기 도래 전 관세부과를 언급했다. 협정 위반 논란이나 실제 실행여부를 차치하면 미국으로 우회수출을 해온 기업과 해당국에 대한 경고는 충분히 한 셈이다.

실제로 캐나다 쥐스탱 트리도 총리는 관세 경고 이후 나흘 뒤 트럼프 자택을 방문했고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도 긴급 통화에 나서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번 관세 위협에 자동차, 가전, 전장부품 등 국내 기업들도 불똥이 튀었다.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주요 제조사들이 멕시코를 대미수출 거점으로 삼고 있는 상태다.

우려했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법안 내 특정 조항 삭제나 변경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특히 중국에 대해 다소 허용하던 부분이 변화될 수 있고 반대로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제재를 강화한다면 우리 기업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공급망 충격이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중국기업들이 대미 투자생산을 확대한다면 우리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된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이번 관세 위협에서 빗겨났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와 향후 트럼프 신행정부의 관세 정책 기조는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내년 1월1일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시행한다. 특히 이번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수출 통제 조치에 적용됐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 생산된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것인데 일본과 네덜란드 등 33개 국가는 면제된다. 이들 면제 국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 통제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다. 한국은 면제국가에서 빠졌다.

정부는 FDPR 면제를 위해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 국제수출통제체제 논의 상황, 업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모두 최대 수출국인만큼 단기간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 각국은 물론 우리 정부 당국이 외교와 통상으로 풀어야할 영역이란 의미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국내 정국은 영화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6시간 비상계엄'에 이어 대통령 탄핵까지.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첫 주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손꼽히는 한 주가 됐다.

글로벌 정세가 시시각각 변하며 발빠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탄핵 정국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고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당정은 물론 야당도 슬기롭게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