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4/12/07/news-p.v1.20241207.aca8cb34e54b440fae20c8162f190228_P1.jpg)
저성장과 내수부진,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인한 수출 정책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가 탄핵 정국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났다. 단기적인 환율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당장 '트럼프 2기'가 다음달 출범하는 가운데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 장기적인 경제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거시경제·금융안정 간담회를 주재하며 탄핵소추안 불성립에 따른 대내외 영향을 점검했다.
탄핵소추안 폐기로 가장 불안에 떠는 곳은 금융과 외환시장이다. 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더 외면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외환 보유고·물가 점검 필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 환율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144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계엄 해제와 당국의 개입으로 1420원으로 내려갔으나 원화가치는 지난주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탄핵안 폐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때 4700억달러를 바라봤던 외환보유고는 2022년부터 이어진 강달러 대응 등으로 4150억달러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이번 환율 상승은 한국의 불안한 정치 상황에 기인한 것이어서 2022년보다 상황이 나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율 상승과 그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연쇄 효과도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8주 연속 상승세다.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는 환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유가 상승이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고,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연초 에너지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 상승은 정유화학업계와 조선업, 항공업 등 주요 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정치 불확실성에 내년 성장률도 발목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은 내년도 성장률에도 직격탄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낮추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출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회복 지연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이미 내수 부진 장기화가 점쳐진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인한 추가적인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에 따른 탄핵 정국이 한국 경제의 'GDP 킬러'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상목 부총리의 '계엄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중국의 경제 둔화, 미국의 정권 교체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한국이 이번 계엄 사태로 정치적 마비 상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연일 차질 없는 정책 추진을 강조하지만 굵직한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입법이나 예산이 필요한 정책보다는 단기적 위기 대응이 주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장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이 언제 공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16년의 경우 예산안이 12월 초 통과되고 이후 탄핵이 가결됐으며, 당시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안 통과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팀은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대외신인도 유지와 경제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