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 등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여당이 발표한 질서 있는 퇴진 등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우 의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적 행위가 마치 정당한 일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건 국민 주권과 헌법을 무시하는 매우 오만한 일”이라며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중단시키기 위한 여야 회담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동으로 발표한 담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와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의 2선 후퇴와 함께 사실상 질서 있는 퇴진 등을 언급했다. 여당과 국무총리가 당정 협의 등의 형식을 통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정국을 풀어가는 구상이다.
그러나 우 의장은 정부·여당의 계획이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우 의장은 “오늘 담화에는 헌법도 국민도 없다. 권력 부여도 권한 이양도 국민에게 나오는 것이고 절차는 헌법과 국민주권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또 “탄핵은 대통령 직무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법적 절차”라며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묻는 헌법적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로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행사하겠다는 건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한 총리와의 통화를 통해 거절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한 총리가 전화해 협력을 당부한다고 하길래 국민이 위임한 바가 없는데 여당 당대표와 이렇게 하는 건 매우 옳지 않다. 그래서 인정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또 “여야가 국민의 뜻에 맞춰 지금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토론해 만들어내야 국민적 합의이자 국민적 동의”라며 “국민 속에서 토명하게 공개하고 헌법적·법률적 절차를 맞춰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고려해 야당이 이른바 회기를 쪼개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 탄핵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에도 사실상 동의 의사를 밝혔다. 우 의장은 “국회 운영은 국회의장이 여야 협의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도 “국민과 세계가 책임자를 묻고 있다. 책임자를 분명하게 하지 않는 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판단이 존중될 수 있도록 국회를 운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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