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이 원팀으로 외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의 생명수로 꼽히는 '초순수'(고순도 공업용수)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산 기술로 생산한 초순수를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 SK실트론에 국내 최초로 공급한다. 설계·시공·운영 기술 100%, 기자재 70% 국산화에 성공한 사례로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환경부는 9일 국내 최대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 SK실트론 구미 2공장에서 '초순수 국산화 실증플랜트 통수식'을 개최했다.
SK실트론에 공급한 초순수는 반도체 표면의 각종 부산물과 오염물질 등을 세척하기 위해 사용된다. 반도체 외에도 의료·바이오, 화학,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에 활용이 가능하다.
초순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온물질의 농도를 1ppt(1조분의 1) 이하, 용존산소 등 물속의 기체 농도를 1ppb(10억분의 1) 이하로 만드는 고난도 수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만이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환경부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고순도 공업용수 국산화 기술 개발 사업'을 2021년 4월부터 추진해 왔고, 한국수자원공사, 민간기업, 학계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그 결과 초순수 국산화에 성공, 이달 초 SK실트론에 실증플랜트를 설치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설계·시공·운영 기술은 100%, 핵심 기자재는 70% 국산화했다. 하루 최대 1200톤 초순수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설계·시공 기술은 한성크린텍(초순수 플랜트)과 진성이앤씨(공급배관)가 핵심 기자재는 삼양사(이온교환수지), 에코셋(자외선 산화장치), 세프라텍(탈기막)이 맡고, 운영 기술은 수공 담당한다.
SK실트론은 내년까지 국산 초순수를 24시간 연속 공급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생산한다. 내년 사업이 종료된 후 실증플랜트 운영권이 SK실트론에 이관돼 웨이퍼 생산에 계속 활용된다. 국산 초순수로 만든 SiC 웨이퍼를 국내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수출도 할 수 있다.
초순수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국내 2조2000억원, 해외 28조원에 이른다. 2028년까지 국내 2조5000억원, 해외는 35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환경부는 그간 확보한 초순수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할 후속 연구개발(R&D)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2031년부터는 초순수 플랫폼센터를 구축해 초순수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