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어느 날, 한 무리의 학생들이 한 초등학생을 콘크리트 계단 아래로 떠밀쳤다. 계단 아래로 내동댕이쳐진 아이는 이어진 주먹질과 발길질 세례에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끊임없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이는 자라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을 키운 세계적인 기업가가 됐다.
“바보, 천치, 멍청이!” 사실 아이는 자신의 얼굴과 몸에 생긴 흉터보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정서적 학대에 마음의 상처가 훨씬 컸다. 아버지는 매번 그를 이처럼 멸시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묵사발이 됐다가 퇴원한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남동생의 회고다. “아버지가 미친 듯이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종종 그러긴 했지만 그날 유독 심했지요. 다친 아들에 대한 연민이나 안타까움 같은 건 조금도 찾을 수 없었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린 시절 남아공에서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 일이 있은 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감정을 차단해야만 했다. 여기에 선척적인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어서, 공감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선천적인 자폐 장애와 후천적인 감정 차단 밸브가 그를 냉담하고 무감각한 경영자로 만든 것이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와 민간 승무원을 우주 궤도에 보낸 최초의 민간기업 스페이스X를 키운 혁신적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일대기와 사상을 담은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사진)가 13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국내에선 21세기북스(안진환 옮김)에 의해 번역 출간했다.
아이작슨은 집필을 위해서 2년 넘는 기간 머스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를 관찰하고 그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아울러 그의 가족과 친구, 동료는 물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거물 기업인까지 130여명을 인터뷰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습도 발굴했다.
어릴 적 폭력에 시달렸던 머스크는 결국 열정을 키워서 장대한 도전에 나섰다. 열정을 키워서 자신의 괴팍함을 은폐했지만, 괴팍함 역시 커지면서 오히려 열정을 가리기도 했다. 그는 선지자다운 확신으로 우주를 이야기하고, 지구를 구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자주 설파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이런 모습을 보고 “처음에 그런 모든 것이 대부분 역할극이나 조직의 결속을 위한 격려성 연설, 또는 한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너무 많이 읽은 어린아이가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할 만한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문제적 인물 머스크를 2년간 관찰하고 그와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각종 자료를 분석한 끝에 이른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말을 더욱 빈번히 접하면서 점차 나는 그의 사명감이 그를 이끄는 원동력의 일부라고 믿게 되었다. 다른 기업가들이 세계관을 개발하려고 애쓰는 동안, 그는 우주관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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