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인쇄술 발명 이후 최대 언어 혁명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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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초거대 언어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챗GPT가 써준 초안을 조금만 다듬으면 훌륭한 대통령 신년사가 될 것임을 인정했고, 미국의 한 하원의원은 챗GPT가 작성한 법안 소개 자료로 감쪽같이 의회 연설을 했다. 미국 변호사·의사 시험을 모두 통과한 챗GPT의 학습 능력에 의존해 학교 숙제를 한 국내 한 외국인학교 학생들은 모두 영점 처리됐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불러올 우리 삶의 거대한 변화와 도전에 대해 국내 대표적 AI 전문가인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랩 소장(46)에게 들어봤다.

▷챗GPT를 두고 전 세계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기존 AI로는 안 되던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니까 난리가 난 거죠. 예시를 보여주고 흉내를 내서 펭수같이 하라고 하면 펭수처럼 말하고, 지적인 엘리트처럼 하라고 하면 그렇게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UX(사용자경험)가 너무 편하잖아요. 인터넷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하듯 텍스트를 입력하면 다 해주니까요.”

▷알파고 때와 비교해도 더 열광적인 것 같아요.

“둘 다 기계가 사람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는데, 바둑은 일부에 국한되지만 챗GPT는 모든 사람이 하는 글쓰기에서 삶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한층 열광하는 거죠. 재밋거리 콘텐츠인 틱톡이 1억 명의 유저를 달성하는 데 9개월이 걸렸는데, 챗GPT가 두 달 만에 달성했다는 건 전 세계에서 인터넷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중 안 해본 사람이 없다는 얘기예요.”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의 원리를 간결하게 설명해주시면.

“쉽게 요약하면 '다음 단어 맞히기'입니다. 문장이 있으면 단어를 가려놓고 다음 단어, 마지막 단어 맞히기를 시켜요. 초거대 AI를 처음 만들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훈련시킵니다. 여기서 구글의 트랜스포머라는 모델을 써서 모델 규모를 키우고, 학습 데이터양도 엄청나게 투입합니다. 오픈AI의 챗GPT는 175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파라미터는 사람 뇌로 따지면 신경망 뉴런을 연결해주는 시냅스입니다. 사람 뇌가 100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돼 있으니 AI의 진화 영역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거죠.”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은 “지금, 이 순간부터 세상은 바뀐다”고 하는데, 어떻게 달라질까요?

“산업혁명 때와 비슷한 양상이 아닐까요. 언어라는 분야만 놓고 보면 인쇄술 발명 이후 가장 큰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입니다. 글 쓰는 것과 연관된 모든 업무의 프로세스가 개선될 겁니다. 영어로 메일을 작성할 때 어떻게 쓸까 고민했다면 이제는 몇십 초면 끝나요. 초안을 AI가 쓰고 틀린 내용을 고치기만 하면 되니까요. 글쓰기에 들어가는 시간이 10분의 1, 20분의 1로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제 주변의 선생님들을 보면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보고서 작성 등 행정 업무에 들이는 시간이 많더라고요. 보고서 작성을 AI가 도와준다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초거대 AI가 기존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가 다보스 포럼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 내용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네요. 기존에는 육체노동을 하는 블루칼라와 이들의 작업 결과물을 분석하는 화이트칼라가 구분됐어요. 초거대 AI가 있으면 블루칼라들이 화이트칼라의 도움 없이도 직접 보고서를 쓸 수 있게 될 겁니다. 전체 업무 파이프라인에 대변혁이 일어날 수 있는 겁니다. 그럼 화이트칼라의 역할도 상당히 바뀌게 될 것입니다. 초거대 AI가 할 수 있는 일만 할 줄 아는 사람은 위험해질 수 있죠. 반대로 초거대 AI가 할 수 없는 것도 하면서 초거대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들의 역할이 늘어날 겁니다.”

▷챗GPT에 환호하는 한편으론 표절과 학교 부정행위 등 폐해도 많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가 됐다고 봅니다. AI가 글과 그림을 표절했다고 했을 때 그 의미는 어떤 걸까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글이 나와야 하는 건지, 문체가 비슷해야 하는 건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고 표절에 대해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와 관련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우리 기업 얘기도 좀 해볼까요. 한국 기업들의 AI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 입니까.

“한국이 초거대 AI 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2~3등은 한다고 생각해요. 딥마인드는 영국에 있지만 구글 계열이잖아요.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수준으로 2~3위를 하고 있다고 봐요. 네이버가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한국어 중심)를 2021년 말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했는데, 오픈AI의 GPT-3가 개발된 지 1년 만에 탄생했습니다(하이퍼클로바의 파라미터 규모는 2040억 개로, 챗GPT보다 크다).”

▷초거대 AI가 만들어낼 산업 생태계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아직 초창기라 어떤 확장성이 있을지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습니다만 초거대 AI가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두 주자인 MS는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툴이 있는 데다 오피스 프로그램에 적용할 경우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네이버도 빠른 공개와 서비스 적용, 비즈니스화로 하이퍼클로바만을 예로 들면 현재 500여 개 스타트업이 이 플랫폼을 쓰고 있습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같은 회사는 글쓰기를 도와주는 서비스로 사용자를 많이 늘려 CES 혁신상도 받았습니다.”

▷AI 글로벌 경쟁에서 떨어지면 어떤 타격이 있고, 국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요.

“디지털 주권을 잃고 기술 종속이 되는 겁니다. 기업들은 생존하기 위해 기를 쓰고 투자와 연구를 할 것인데, 국가 입장에선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도와주는 길입니다. AI 확산 과정에서 표절 시비나 개인 정보 등의 이슈가 생길 수 있어요. 그렇다고 서비스를 막는 규제가 생겨선 안 됩니다. 써봐야 뭐가 문제인지, 뭘 개선해야 할지 알 거 아닙니까. 과거 싸이월드가 잘될 때 SNS를 빨리 했어야 했는데 다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문제라고 안 쓴다고 다른 데가 안 쓸까요. 우리만 안 쓰다가는 기술 종속이 되는 겁니다. 현재 세계 2~3위의 기술력으로 잘 대응하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이런 쪽을 한국 시장으로 만들 좋은 기회입니다.”

온라인 뉴스팀 e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