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헬스 업계가 비상계엄 후폭풍을 맞으면서 내년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 위축, 환율 변동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을 대비,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업체들은 갑작스러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영향 분석과 함께 내년 사업계획 점검에 나서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정 혼란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커질 경우 목표 재조정 등 전반적인 사업계획 수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다. 이달 중 코스닥 신규 혹은 이전 상장을 목표로 하는 곳은 온코크로스, 온코닉테라퓨틱스, 듀켐바이오 등 세 곳이다. 대부분 증시가 안정적이던 시기에 수요예측과 공모가를 확정한 탓에 일반청약에서 공모가를 소화하지 못할까 노심초사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다른 바이오텍과 달리 자큐보라는 결과물(신약)이 있기에 IPO 흥행 기대감도 컸다”면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사태로 연일 코스닥, 코스피 모두 연저점으로 추락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 역시 고민이 크다. 특히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업계는 내년 연이어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많은데 의정갈등에 이어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복잡하다. 실제 뉴로핏, 웨이센, 딥바이오 등이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의료AI 기업 대표는 “올해 초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상급종합병원 영업은 물론 학회 홍보 등이 쉽지 않아 공급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내년에는 영업, 마케팅 강화와 실적 역시 대대적으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파동으로 인해 사업계획 일부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국 불안으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며 당장 기업 실적까지 압박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8원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2022년 11월 4일(1426원) 이후 약 2년 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수입할 경우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처럼 대외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업계에서는 간신히 끌어올린 투자 심리가 다시 바닥을 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는 혹한기를 맞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해 지난 3분기 기준 바이오·의료 누적 벤처 투자 금액은 7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늘었다.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상장은 물론 외국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기술투자 등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외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나 M&A 등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 내년은 올해보다 성장하겠다는 성과 목표를 설정했지만, 이번 사태로 성장 폭이나 방법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특히 원화가치 하락이 이어질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