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플랫폼 업체들이 원청사로부터 과도한 보증보험 가입 요구를 받으며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티메프 사태 여파로 여행 플랫폼 업계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여행·숙소 등을 판매하는 플랫폼들은 최근 원청사로부터 매출의 100%까지 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계약을 지속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액티비티 제공처(원청사)가 대금 정산 리스크를 플랫폼에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중소 플랫폼은 호텔로부터 숙박 상품을 가져오며 SGI서울보증과 한국관광협회중앙회(공제회)의 보증보험에 가입해 왔다. 플랫폼 폐업으로 인한 대금 미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티메프 사태 전 보증보험 가입에 대한 요청은 1억~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로 대규모 미정산이 발생하면서 최근 많은 원청사들은 보증보험 가입액을 매출액의 100%까지 올렸다. 예컨대 플랫폼 내 20만원 호텔 상품 1만객실을 판매하고 있다면 20억원 수준의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소 플랫폼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SGI서울보증이나 공제회 쪽에서 보증 금액이 너무 커질 시 지급보증을 서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인 간 지급 보증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취급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여행·숙박 플랫폼 내 신규 보증을 취급하지 않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해도 보험료를 납부한 후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호텔 상품의 경우 높은 객단가에 비해 실제 수익이 현저히 작다. 통상 숙소 판매 등을 통해 얻는 수수료 수익이 매출의 3~4%인 점을 감안하면 1%의 보험료 납입은 실제 수익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보증보험 가입 주기가 1년에서 6개월이기에 연간 수 천만원의 수수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소 플랫폼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 자체적으로 사업을 접거나 폐업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야놀자, 여기어때 등 보증보험 가입에 타격이 없는 대형 플랫폼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중소 플랫폼 고사 방지를 위해 SGI나 한국관광협회가 보증 발급에 적극 나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시적으로 가입 요건과 보증보험료를 낮춰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청사의 유연한 매뉴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티메프 사태로 인한 대규모 리스크 회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소규모 여행 플랫폼에 대해 곧바로 법무팀에서 추심에 돌입할 것이 아니라 위기 대응팀 신설 등을 통해 회생 가능 여부를 파악한 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청사의 법무팀에서 티메프 사태를 고려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하다 보니 중소 플랫폼이 하루아침에 다 무너지고 있다”며 “원청사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가이드라인 마련과 보증보험 가입 요건 완화 등의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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