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넘게 수장 공백인 창업진흥원 차기 원장 최종 후보에 정치권 인사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 현안으로 임명 시점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최종 후보가 창업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탄핵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는 행보까지 보이면서 논란이다. 고질적인 비전문가 인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전자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부터 새 원장 인선 절차를 실시한 창진원은 구청장 출신 A씨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본래 대통령실 인사 검증을 마무리하고 이달 중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창진원은 지난달 말부터 현안 보고자료를 작성하는 등 새 원장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취임 시점은 이달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컴업 2024' 이후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비상계엄 발동과 탄핵 정국에 들어가며 취임 시점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A씨는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22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현재 원외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성명에 동참했다.
창진원 안팎에서는 차기 원장 유력 인물의 행보에 실망감이 가득하다. 창업 관련 이력이 부재한 인사인 데다가, 늦어도 3주 안에는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 행보를 보인 탓이다. 전임 원장 역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기획단장을 맡은 바 있다.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 종합대책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서라도 전문성 있는 인사 요구가 많았다”면서 “정치권 인사 원장 지원 소식부터 술렁이더니 결국 창업 지원사업 불확실성만 커졌다”고 한탄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창업진흥원은 국내 유일의 창업 지원 전담기관인데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면서 “직원 사기와 기관 역량을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낙하산 인사가 오지 않도록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다른 중기부 산하기관에서 정치인 출신이 기관장을 맡고, 예산 확대와 본부 이전 등에 힘을 발휘한 사례도 있다. 다만 창진원은 4명의 본부장 중 3명이 외부에서 온 인사다. 기관장 역시 외부 인사가 맡다 보니 특정 인물들이 오랜 기간 인사를 좌우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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