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상계엄'으로 불거진 정국 혼란 속에서도 연구개발(R&D) 분야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폐지하는 등 '국정 조기 안정화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 혁신을 견인할 첨단기술 개발 골든타임을 확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선다는 취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국정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전 내각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의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국정에 한치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면서 “모든 공직자들도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맡은바 소임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간 R&D 예타는 평균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돼, 급변하는 기술환경속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예타 제도는 미래수요(편익)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기반으로 타당성을 평가하는 제도이지만 R&D는 '불확실성'이 큰 분야여서 예타 제도로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동으로 마련한 법 개정안을 이날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법 개정안이 국회 심사를 통과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두 법안이 개정되면 기초·원천연구 등 대규모 '연구형R&D' 사업의 경우 기획 완성도를 제고하기 위한 '사전기획점검제'를 거쳐 지체없이 차년도 예산요구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예타 제도 대비 약 2년 이상 일정 단축이 가능해진다.
대형 가속기 구축, 우주발사체 등 '구축형R&D' 사업은 보다 면밀한 점검을 위해 사업 유형과 관리 난이도에 따라 차별화된 심사절차를 적용하는 '맞춤형 심사제도'가 도입된다. 실패 시 매몰비용이 막대하고 구축 이후 운영비가 지속 투입된다는 점을 반영했다. 단순한 장비도입의 경우 신속심사를 적용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관리가 복잡한 대형연구시설구축, 체계개발과 같은 경우는 단계적으로 심사해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변화에 따라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계획변경심사를 통해 유연한 사업 추진이 가능케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R&D 예타조사 폐지로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을 개발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