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의결한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예산안을 보완해야 한다. 한편 이날 여당은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으나 구체적인 하야 일정에 뜻을 모으진 못했다.
국회는 1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부안 대비 4조1000억원을 삭감한 감액예산안을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처리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예산안과 관련한 여야 원내 협상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야당 단독 삭감안으로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 직전 당정이 지역화폐 예산 포함 3조4000억 원을 증액하는 안을 급히 제안했으나 막판 협상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날 정부가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을 담은 세법도 처리됐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의 정부 입법 법안에 대해서는 부결됐다.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감액 예산안을 통해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재정운용 역량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야정 3자 비상경제 점검회의'을 긴급 제안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후속 대응만큼은 여야 구분없이 적극 나서자는 취지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여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월 하야 후 4월 대선', '3월 하야 후 5월 대선' 등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다만 단일안으로 뜻을 모으진 못했다. 국민의힘은 늦어도 윤 대통령의 2차 탄핵안 표결이 예고된 오는 14일 본회의 전까지는 로드맵을 완성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정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뿐이라며 여당을 압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의 사퇴 또는 탄핵을 제외한 헌법에 근거하지 않은 모든 조치는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는 것으로 단호하게 배척해야 한다”며 “단 하루도 윤석열의 탄핵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등의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기 위한 '내란 상설특검법'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재적 287인 중 찬성 210표로 가결됐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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