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부펀드, 전쟁 지원 기업 투자 배제…“韓 기업 ESG 평판 관리 강화해야”

노르웨이 국부펀드, 전쟁 지원 기업 투자 배제…“韓 기업 ESG 평판 관리 강화해야”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청(NBIM)이 전쟁국가에 무기생산을 지원한 러시아 철강사와 통신서비스를 제공한 이스라엘 통신사를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가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자, 주주를 상대로 ESG 평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NBIM은 최근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 소재 기업·개인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 이스라엘 통신회사 베제크를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투자청은 베제크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지역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주장에 주목해 투자 배제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에 실질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NBIM은 베제크가 국제법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정착촌 유지·확장을 지원한 것으로 판단, 투자를 배제한다고 통보했다.

NBIM은 러시아 철강회사 에브라즈 PLC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러시아 방위 산업과 연결된 혐의를 발견,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에브라즈 PLC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NBIM은 에브라즈 PLC가 러시아 무기 생산에 매우 중요한 철강을 제공하는 리스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 투자 배제 결정을 내렸다.

NBIM은 자산규모가 약 1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 기업을 상대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중시하고 투자에 적극 반영한다. NBIM 내 윤리위원회를 통해 환경·인권 논란이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 지역이나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투자를 배제해왔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의 전쟁 기업 투자 배제 결정을 계기로 앞으로 글로벌 대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신의 협력사를 상대로 강력하게 ESG 경영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주주, 투자자에 전해지는 평판을 중시하기 때문에 ESG 리스크가 있는 협력사와는 거래를 중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NBIM는 러시아·이스라엘 기업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리는 동시에, 한국의 현대건설을 투자 감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대건설은 알제리, 한국, 인도네시아 입찰경쟁에서 부패 혐의·담합 의혹이 보고돼 관찰 대상에 올랐다. NBIM은 관찰 기간 동안 현대건설이 경영활동을 꾸준히 개선하고 국제 권고사항에 부합하는 부패방지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판단, 감시 중단을 결정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