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에 돌입함에 따라 비용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경로 설정이 국가 핵심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내년까지 UN에 새로운 2035년 감축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는 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전자신문과 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가 11일 서울 섬유센터에서 개최한 '기후테크 솔루션데이 2025'에서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글로벌 기후 관련 산업·기술 현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 해결은 어떤 적재적소 기술과 정책 제도가 있는 지, 어떤 방식의 국제 협력을 해야 하는 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술·산업에 걸친 데이터와 정보에서 출발해 합리적 해결방안을 발굴하고 세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전략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쓰레기 아저씨'로 불리며 환경 중요성을 전파하는 배우 김석훈 씨는 기조강연에서 “과학기술 발전으로 우리는 보다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대량 생산·대량 소비에 따른 에너지 낭비와 환경 파괴도 야기했다”며 “이제는 첨단 과학기술을 지구환경을 위해 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탄소중립 기술 경쟁력 진단 토대 확립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글로벌 탄소중립 R&D 전략지도 구축을 비롯 국내 첫 '탄소중립 기술백서' 발간을 추진하고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기술'에 대한 동향 정보를 제공했다.
그동안 탄소중립 분야는 정보가 산재해 있어 국가 정책에 지속 반영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통합 데이터 구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를 위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82만개 기후기술 R&D 과제 데이터베이스 중 분야별 분류된 12만건 과제에 대해 인공지능(AI) 딥러닝 분류모델을 개발했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개발을 위한 활동조사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기술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국가통합정보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정보 플랫폼인 국가기후기술정보시스템(CTis), 넷제로플랫폼(PLANET), 국제협력 전략지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기관 내·외부에서 조사한 모든 정보를 집적한 기후기술 데이터베이스(DB) 아카이브도 구축하고 있다. 국가간 탄소중립 목표 달성 현황과 역량을 비교하는 데 활용한다.
이처럼 통합 플랫폼 기반으로 제공하는 시각화된 기후기술 데이터와 여러 의사결정 지원도구는 국제 협력 토대로 활용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적응 종합정보플랫폼(EU Climate-ADAPT) 등 플랫폼간 협력도 논의한다.
염성찬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데이터정보센터 선임연구원은 “이제는 단순 검색을 넘어 근거기반 통합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적용하고 대화형 AI 챗봇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있다”며 “사용자가 요청한 녹색·기후기술DB 정보에 대한 통합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 넘어 국가·산업간 협력 수위 높여야
통합 구축 데이터를 토대로 개도국과의 탄소중립 협력을 지원하는 종합정보 프레임워크 '개도국 전략지도' 구축 방안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그동안 공적개발원조(ODA) 기반으로 이뤄진 개도국 협력 전략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해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개도국 중심으로 협력과 시장진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차원의 글로벌 R&D 전략지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개도국 대상으로도 R&D 협력 현황과 성과를 연구해 개도국에 최적화된 평가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수소 공급·저장·운송·활용 분야,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현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을 산업 규제로 보는 시각을 벗어나 경제사회 혁신 방법론으로 활용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혁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영향받는 기업과 산업계를 포함해 포용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탄소중립 이행이 기술 개발만으로는 불가능한 만큼 글로벌 협력 수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상향 달성을 위해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8개 국가와 양자협정을, 5개 국가와 협정가서명을 체결하고 국제감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와는 실제 국제감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연간 총 7만8510톤 탄소 감축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지희 국가녹색기술연구소 국가기후기술협력센터장은 “국내외 감축사업을 위한 통합지원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간소화된 사전승인 절차 마련 등 지원제도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ODA 연계 지원사업을 발굴하고 중장기적로는 국제감축사업 활성화 지원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