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물 건너간 규제 개선…유통가 '시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서 국회가 탄핵 정국에 들어섰다. 6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국회의사당의 모습.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서 국회가 탄핵 정국에 들어섰다. 6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국회의사당의 모습.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이 본격화 되면서 유통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연말 특수를 놓치는 것은 물론 정부·국회의 유통 규제 개선 움직임도 멈출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과거 탄핵 정국 당시 유통 규제가 대거 발의된 전례가 있는 만큼 오히려 '규제 리스크'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TF'(제도개선 TF)는 연내 결론 도출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 탄핵 정국이 본격화돼 결론 도출까지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개선 TF는 정부와 전문가 집단이 모여 본격적인 홈쇼핑 규제 개선을 논의하고자 지난 6월 출범했다. 당시 TF는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하반기 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F 주요 의제는 △송출수수료 문제 △데이터홈쇼핑 제도 개선 △홈쇼핑 재승인 조건 완화 등이다. 이중 재승인 조건 완화 취지에서 중소기업 상품 편성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했지만 유의미한 결론 도출 없이 표류 중이다. 여기에 탄핵 정국까지 더해지면서 이같은 논의 결과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의 유통 규제 개선 움직임은 탄핵 정국 기간 멈출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표적이다. 정부·여당이 규제 완화 대상으로 줄곧 거론돼온 대표 유통 규제다. 야당이 줄곧 반대해온 사안인 만큼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움직임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존 규제리스크가 확대될까 우려한다. 지난 2016년~2017년 탄핵 정국 당시 조기 대선을 의식한 유통 규제가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져 나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출범한 제20대 국회는 탄핵 정국이 본격화된 10월부터 이듬해 조기 대선 이전인 4월까지 12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또한 9개가 발의됐다.

당시 개정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4일로 확대 △백화점·면세점·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대상 포함 △편의점 심야 시간 영업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지만 유통업계 불확실성을 증폭 시킨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규제 리스크가 재현될 경우 장기화된 내수 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산업 전반적으로 제도 개선이나 진흥 정책을 펼치던 분위기가 모두 멈춘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