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확실성에 얼어붙은 IPO시장…올해 증시 입성 막차 끊기나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최근 상장 추진 기업의 공모가가 희망가 최저가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상장 철회도 속출하고 있다. 급변하는 정국 속에서 연말 증시 상장 막차 탑승을 앞둔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조기술 기반으로 차세대 암 진단 및 치료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는 듀켐바이오는 이날부터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가는 8000원이고,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내시경용 시술기구를 주로 생산하는 파인메딕스는 이날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마치고 오는 16일부터 일반 청약을 실시한다. 근거리 무선통신(NFC)용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쓰리에이로직스도 이른 시일 내 공모가를 확정해 청약에 나설 계획이다.

비상계엄 선포·해제부터 국회의 탄핵 불성립까지 최근 급변하는 정국 한가운데 시장 평가를 앞둔 이들 상장 기업 속내는 복잡하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워서다.

지난 10일 공모청약을 마친 온코닉테라퓨틱스와 온코크로스는 수요예측 당시 희망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일반 청약 성과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특히 온코크로스 청약은 증거금 1조7048억원이 몰리며 13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희망 가격 최하단인 1만100원보다 28% 낮게 정한 1만3000원이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투자자의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모청약을 개시하는 듀켐바이오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당초 주당 희망 공모가를 최저 1만2300원 수준으로 잡았던 듀켐바이오는 하단보다도 35% 낮은 8000원에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기대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공모를 실시하는 만큼 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별 성과를 보지 못한 사례도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엠앤씨솔루션은 지난 6일 마감한 청약에서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간신히 청약 미달을 면했다. 공모가 하단 8만원보다 크게 낮춘 6만5000원으로 공모를 실시했음에도 성과는 변변치 못했다.

이처럼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불확실성이 커진 기업들은 상장 추진 일정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소재 기업 삼양엔씨켐과 온라인 교육 플랫폼 기업 데이원컴퍼니, 자동차용 변압기 업체 모티브링크는 이달 예정된 상장 일정을 각각 다음달과 내년 2월로 미뤘다. 반도체 장비 기업 아이에스티이도 상장을 철회했다.

케이뱅크, 씨케이솔루션 등 앞서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연기한 기업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장예비심사 기한이 차차 다가오고 있지만 정국 불확실성은 쉽사리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한 번 철회한 기업일 수록 향후 일정을 다시 정하는 일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같은 비상 시국에선 상장 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까지도 진지하게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국 불확실성에 얼어붙은 IPO시장…올해 증시 입성 막차 끊기나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