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부 전자의무기록(EMR) 인증 만료를 앞둔 병원이 전국에 500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병원은 대부분 재인증을 준비하는 분위기지만,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들은 실효성 등을 이유로 고민 중이다. 2026년에는 3000개가 넘는 의료기관 인증이 만료되는데, 재인증을 유도할 동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보건의료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EMR 사용인증을 받은 의료기관 중 2025년 인증이 만료되는 곳은 518곳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증 의료기관 4027곳의 12.8%다.
EMR 인증제는 의료기관 핵심 시스템인 EMR에 대해 진료정보 상호운용성과 보안성 확보를 목표로 정부가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는 제도다. 2020년 처음 시행 했으며, 유효기간은 3년이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다.
당장 내년 인증 유효기관이 만료되는 518개 의료기관 중 부산대병원, 인천성모병원, 부산백병원 등 10여 곳의 대형병원은 재인증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반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병원과 동네의원은 재인증을 고심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부담이다. 이들은 2021년 정부의 인증 컨설팅, 심사지원 사업에 따라 비용을 지원 받아 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사업이 종료되면서 재인증땐 최소 수백만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인증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는 데다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재인증을 주저하는 요인이다. 현재 EMR 인증 혜택으로는 대형병원의 경우 의료질 평가에서 가산점을 부여받는다. 반면 인증 기관 98%를 차지하는 병·의원에겐 별다른 혜택이 없다.
한 내과 의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IT인프라가 열악하고 보안이 취약한 의원급 의료기관 입장에선 EMR 인증을 받으면서 IT에 대한 인식 제고와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 등 효과가 크다”면서도 “재인증 과정에서 비용과 심사 준비 부담은 물론 투자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동기부여가 약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EMR 인증을 받는 신규 의료기관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2020년 제도 시행 당시 8개 기관이 인증받았는데, 정부가 인증을 지원했던 2021년엔 3223곳으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줄면서 2022년 676곳, 2023년 96곳으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24곳만 인증받았다.
문제는 신규 인증도 줄지만 재인증 역시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실제 내년엔 518곳이 재인증 대상이지만 2027년에는 최대 3000곳에 달하는 병·의원 인증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신규 진입을 위한 유인책과 인증을 유지하기 위한 인센티브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90개인 인증 평가항목을 60여개로 줄이고, 인증 심사 신청을 상시로 전환하는 등 인증제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증 항목과 심사를 간소화한 2주기 EMR 인증 사업은 내년 1월 시작된다. 다만 정부 인증 지원사업이나 의료질 평가 가산점 확대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 관계자는 “이번 주 인증평가위원회를 열어 인증항목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인증 간소화와 함께 인증을 유도할 수 있는 동인 마련을 지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