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환경마다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적합한 인공지능(AI) 모델도 달라진다. 알고리즘이 같은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설비 종류나 설정값이 다르기 때문에 AI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매번 새로 만들어야 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은 특정 설비나 품질검사 조건 등 각 설비와 공정 단계에 맞춰 AI 모델을 미세조정할 수 있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기업 제조 공정에서 발생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사전 학습하는 기본적인 AI 모델을 만든 다음, 여기에 설비나 품질조사 조건 등 이미지나 텍스트로 된 다양한 형태의 제조 데이터를 넣어 미세 조정해서 특정 목적에 맞는 AI 모델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표준 기반 AI 모델을 만든 다음 이를 각 설비나 공정에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예를 들면 장비 설비예지보전을 하는 AI 모델을 만들고 싶을 때에는 관련 설비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최적화한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목적을 위해 매번 처음부터 학습해서 AI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시간, 성능, 모델의 재활용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기업이 AI 모델을 사용하기가 쉬워져서 산업 내 AI 활용을 대폭 증가할 수 있다.
기존에는 세팅 값이 달라질 때마다 AI를 새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AI 전문가가 상주해 있거나, 아니면 AI 솔루션 기업에 지속적인 기술지원을 받아야 했다. 대기업은 생산기술을 연구하는 자체 조직을 갖추고 AI 전문가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런 문제를 자체 해결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이 이같은 역량을 보유하기는 어려웠다.
KETI는 100억원을 들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며, 2026년에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계 업종 분야 디엔솔루션즈, 전자 업종 분야 대덕전자, 글로벌 모션 기술 기업인 셰플러그룹 등과 AI 자율제조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공동 연구개발(R&D)하고 있다.
KETI는 설비 간 실시간 통신을 통해 AI가 설비를 자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정의 자동화(SDA) 플랫폼도 같이 개발하고 있다. AI가 설비 간 통신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제조 상황을 인식 및 판단하고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현재는 AI가 특정 설비의 고장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경고를 보내게 되면 담당자가 직접 설비의 작업을 멈추고 설비 진단을 해야 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설비간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지면 AI가 고장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설비를 멈추고, 가장 최적화된 생산 경로를 탐색한 후 다른 설비로 작업을 자동으로 이관할 수 있어 생산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
신희동 KETI 원장은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해서 AI 자율제조 공장의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만들고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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