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조기 대선에 대한 가능성도 커졌다. 헌법재판소(헌재)에서 탄핵 심판을 인용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대선 잠룡의 걸음걸이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조기 대선 실시 여부의 키는 헌재가 쥐고 있다. 조기 대선 시나리오는 헌재에서 탄핵안을 인용할 때 발생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하고 재판관의 궐위로 7명의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기간은 심판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 결국 현재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이 임명이 된 뒤 180일 이내에 심리를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소요됐다. 이를 고려하면 조기 대선은 이르면 4월, 늦어도 오는 6월 안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 인용 이후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쪽은 야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 이후 경제인 단체와 여러 차례 회동하는 등 '경제·실용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과정에서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 유예 등을 결단하기도 했다. 아울러 복지·분배보다 '성장론'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중도층을 공략해왔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등을 이끌어내면서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위협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달 공직선거법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 관련 재판 등도 여전히 남아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 대표의 대항마로 꼽힌다. 김 지사는 탄핵 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자주 메시지를 내고 있다. 사면·복권 이후 독일에 머물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하게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도 야당 내 대선주자급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민주 계열 정당이 그동안 보수계열 정당과의 일대일 맞대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한 적이 없다는 것은 변수다. 민주당 내에서 조기 대선에 따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다. 결국 탄핵 정국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중도층 공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나 정치적 움직임을 선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탄핵 정국을 거치며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여당 내 후보군으로는 한동훈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꼽힌다. 다만 한 대표는 탄핵 가결 추진을 이유로 친윤(친 윤석열)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 시장 역시 탄핵 가결에 찬성한 데다 이른바 명태균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홍 시장은 당내 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밖에도 보수 정당 계열 후보로는 탄핵안 표결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존재감을 알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외신 인터뷰를 통해 차기 대선에 대한 포부를 밝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