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남균) 전기환경연구센터 우정민 박사팀이 겨울철 해상풍력단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정극성 낙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압에 양극과 음극이 있듯 낙뢰에도 정극성(+)과 부극성(-)이 존재한다. 구름이 양전하를, 지면이 음전하를 띠면 정극성 낙뢰가 내리친다. 부극성 낙뢰는 그 반대 경우다. 흔히 발생하는 낙뢰의 90%는 부극성 낙뢰다. 정극성 낙뢰는 구름 고도가 낮아지는 겨울철에 상대적으로 낮은 확률로 발생하지만 전류의 세기가 커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풍력 발전기 건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저풍속 환경에 특화된 대형 풍력 터빈을 바다에 많이 건설하는 추세다. 문제는 해상풍력발전은 타워가 높고 주위에 다른 구조물이 없어 낙뢰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낙뢰로 인한 블레이드(날개) 손상은 막대한 손해로 연결된다.
KERI는 정극성 낙뢰로부터 풍력 터빈 블레이드를 보호하는 새로운 설계법을 고안했다. 현재도 블레이드에는 피뢰침 역할을 하는 '수뢰부(리셉터)'가 있지만 패턴이 불규칙하고 전류가 큰 정극성 낙뢰에 대해서는 방호 효율이 낮았다.
연구팀은 다양한 극성과 조건, 블레이드 회전 각도와 재질에 따라 어떠한 영향이 발생하는지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정극성 낙뢰는 블레이드 날개 끝에 있는 수뢰부를 피해 블레이드 옆 가장자리에 내리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기 중 양전하가 수뢰부 근처에 모여 있어 같은 양극인 정극성 낙뢰가 이를 피해 부극성을 띄는 블레이드 중간 부분에 타격을 준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축소 모형 제작과 고해상도 카메라 촬영, 다양한 블레이드 각도와 환경 조건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블레이드 옆 가장자리에 수뢰부를 최적으로 위치시키는 새로운 설계법(엣지 리셉터)를 고안해냈다.
KERI는 개발한 설계법을 실제 규모 풍력 블레이드에 본격적으로 적용해 실험 데이터를 더욱 확보할 예정이며 관련 특허 등록 및 기업체 기술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성과가 풍력뿐 아니라 고층 건축물, 통신탑, 해양 구조물 등 낙뢰에 취약한 여러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 범위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우정민 박사는 “풍력터빈 블레이드를 대상으로 정극성 낙뢰 대책을 설계하고 실험적 검증도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관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며 “우리 기술로 풍력 발전기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여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전기료 절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