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GV90 배터리 韓·中 생산 타진

제네시스 GV90 디자인을 미리 보여주는 네오룬 콘셉트.
제네시스 GV90 디자인을 미리 보여주는 네오룬 콘셉트.
美 고관세 대응 투트랙 체제로

현대자동차와 삼성SDI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현대 GV90 배터리 공급사로 삼성SDI가 선정된 가운데, 중국 시안 공장과 한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본지 2024년 10월 16일자 1면 참조〉

삼성SDI는 당초 중국 시안 공장에서만 GV90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신차 개발 및 양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생산원가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국내에서도 생산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꾼 건 고객사인 현대차 요청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 수출을 고려해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집단(FEOC)에 중국을 포함시켜 중국에서 만든 배터리 부품을 적용해 만든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중국산 배터리 셀과 소재에 대한 고관세 정책을 예고하면서 현대차는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국 외 생산 거점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삼성SDI는 국내 천안 공장이나 울산 공장 유휴 라인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라인을 개조해 GV90 생산 라인을 꾸릴 전망이다.

이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안 공장에 설치하려던 장비 대수를 줄이는 대신 국내에도 전용 라인을 구축해 GV90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천안 혹은 울산 공장 내 일부 라인을 철거하고 장비를 이설해 여유 공간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최종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GV90은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상위 모델인 대형 SUV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삼성SDI 배터리가 처음으로 탑재가 예정된 차량이어서 산업적으로도 눈길을 끈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현대차와 첫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가 유럽서 생산해 출시할 전기차에 삼성SDI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2026년부터 공급이 시작돼 GV90이 더 빠를 전망이다.

GV90은 2026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GV90 배터리는 내년 하반기 양산이 예상된다. 시점을 고려할 때 배터리 라인은 내년 상반기 내 구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후 생산량 증대를 위한 2차 투자도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