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르면 안되는데”…환율 변동 예의주시하는 중후장대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출선 모습.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출선 모습. 포스코

중후장대 업계가 급등한 환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달러로 원자재 등을 구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수익성은 악화된다. 특히 대부분 철강·화학·정유 등 중후장대 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환율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1400원 초반대의 환율은 지난 4일을 기점으로 1442원을 넘어섰고 이후로도 143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도 장중 한때 1429.3원까지 떨어졌지만 1430원대로 복귀했다.

지속되는 고환율에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업계의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인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의 경우 달러로 철광석 등 원료를 구매하는데 높은 환율은 수익성을 악화 요인이다.

이에 철강사들은 '내추럴 헤지'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한 상황이다. 내추럴 헤지란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료 구매에 재투자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원유와 나프타를 수입하는 석유화학업계도 환율 급등이 달갑지 않다. 중국산 과잉 공급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늘어난 원료비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정유업계도 비슷하다. 원유를 수입하는 만큼 고환율은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특히 정유업계는 원유를 미리 대량으로 사두고 몇 달 뒤 결제한다. 이에 결제 시점에 환율 상승분이 환차손으로 발생하게 돼 부담이 크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70달러 초반을 유지하고 있어 재고평가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을 살짝 웃돌고 있는 수준이여서 4분기 수익성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 물량이 많고 달러로 계약하는 조선업계는 고환율의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대금 결제를 한 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금을 먼저 내고 공정 중간중간에 결제하기 때문에 환차익을 얻게 된다.

다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제가 악화돼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게 된다.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면 신조 발주도 줄어들게 돼 조선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에 고환율로 인해 후판 등 원재료 값이 상승해 수익성이 줄어들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고환율로 인한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