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직 사퇴…자중지란 與, 여섯 번째 비대위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지 이틀만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다시 꾸리게 됐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비상대책위'로 정계에 입문한 지 1년 만의 퇴장이다. 국민의힘은 당 출범 이후 여섯 번째 비대위다.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당내 중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당대표로서 정상적인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졌다”라며 사의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만, 친한계 중심으로 탄핵 찬성 이탈표가 나오면서 당 분열의 대한 책임도 작용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 대표는 “지지자분들을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탄핵 찬성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며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향후 대선 출마 관련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기자회견 후 지지자들을 만나 “저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짧게 남겼다.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사퇴로 비대위 전환에 속도를 낸다. 중진 의원들은 이날 원내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비대위를 조속히 구성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대표가 '원외 당대표'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대출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을 위해서 (당을) 잘 이끌 수 있는 경험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구체적 인물이 거론되진 않았다.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도 어떤 조건과 평판을 가진 인물로 후보군을 추려야 한다는 의견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비대위원장 관련) 의원들이 숙고해서 어떤 것이 당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후 수요일쯤 의총에서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대위원장 자질로) 우리 당의 얼굴로서 적합한 분이냐, 위기 상황 수습할 능력이 있느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 그리고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날카로운 공격력을 갖고 있는냐 등이 집중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당 내에선 주호영·권영세·김기현·나경원 등이, 원외에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물망에 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새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장 임명권 역시 권 원내대표가 행사한다. 대개 비대위는 조속한 차기 지도부 선출에 집중하는 과도기 성격의 '관리형 비대위'와 당 체질 개선까지 도모하는 '혁신형 비대위' 등 구분된다. 이번 비대위는 대선 경선 및 본선 관리에 치중하는 관리형 비대위에 더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당대표 권한대행 첫 행보로 이주호 교육부총리를 만나 집권 여당으로서 존재감과 행보를 강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과거 노무현·박근혜 정부 당시 전례를 참고해 좀 침착한 대응을 부탁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국회에서 만났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