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칼럼] 고령 사회와 한국 모빌리티의 미래

[모빌리티칼럼] 고령 사회와 한국 모빌리티의 미래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혁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적 철도 회사 지멘스는 지멘스 모빌리티를 통해 통합교통서비스(MaaS)를 전면에 내세운 모빌리티 혁신을 선언했고, 우버도 수요대응형 셔틀 서비스를 시작하며 대중교통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 대중교통 시장에도 민간 모빌리티 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그리는 모빌리티 청사진은 매우 밝다. 테슬라나 우버가 그리는 모빌리티 미래는 도심항공교통(UAM)이나 자율주행 기반 교통 수단을 청년과 어린이가 즐겁게 이용하는 활기찬 이미지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맞이하게 될 대한민국의 미래 도시는 정말 이런 홍보 영상과 같을까?

2024년 대비 2050년 320% 증가. 이는 대한민국 통계청이 예측한 80세 이상 인구의 증가 규모다. UN 역시 2050년 대한민국이 일본을 제치고 75세 인구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 예측했고 2070년이 되면 전체 인구 30%이상이 75세 이상 초고령인구인 국가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러한 초고령 인구 비율은 세계 역사상 전후후무한 규모다. 반면 경제활동 인구는 급감해 2024년 대비 2050년 20~59세 인구 규모는 66%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량의 대부분을 발생시킬 주축 인구의 33%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피상적으로만 보면 교통 및 모빌리티의 미래에 큰 짐이 될 것처럼 보인다. 특히 고령 인구 증가는 이 문제를 먼저 겪고 있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면 교통 인프라 부문에 천문학적 비용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고령자 친화적 교통 인프라를 노인 친화형 인프라(Age-friendly SOC)라 명명하는데, 여기에는 버스 정류장의 고령자를 위한 스마트 벤치부터, 복수의 휠체어를 쉽게 탑재할 수 있는 노선 버스나 고속 철도차량 및 항공기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신규 인프라는 큰 추가 비용을 필요로 하며, 줄어드는 통행수요와 함께 교통-모빌리티 투자사업의 경제성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행 수요 급감과 인프라 비용 증가는 대한민국 교통-모빌리티 산업에 부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통-모빌리티 산업이 이 과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는 세계에서 고령화를 고민하는 국가에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과거 세계 많은 국가가 고령화 대응 정책을 준비할 때 일본의 사례를 연구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성공을 입증한 노인 친화형 인프라는 미래 한국의 대표 수출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초고령 사회가 될 대한민국의 미래는 교통 산업에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대신 패스트 무버(Fast Mover)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초고령 사회의 위기를 기회로 바뀌기 위해서는 세계 고령화 국가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풀 수 있는 교통-모빌리티 솔루션이 필요하다. 노인을 위한 도어투도어 서비스가 가능한 대중교통 시스템, 안전하게 운전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 지원이 강화된 차량 등 75세 이상 시민도 최대한 평균적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교통-모빌리티 인프라가 건설돼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대한민국이 만든다면 세계 최고의 고령화 사회로 예고된 대한민국의 미래는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잿빛이 아니라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선진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인 친화형 인프라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 및 국민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명 명지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 khcls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