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조직정비에 나선 금융지주들이 '12.3 계엄 사태' 이후 급락한 기업가치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대내외 환경이 녹녹치 않지만, 영업을 재개하고 수장을 교체하는 등 '정상 경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새해 영업을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가계대출 부문에서는 3분기부터 죄어왔던 대출을 푸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보험(MCI) 취급도 재개하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접수하기 시작했다.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지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역시 재개했다. 신용대출도 다음 달 2일부터 연 소득 100% 내로 제한했던 소득 대비 한도를 풀고, 비대면 대출도 다시 판매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12일부터 새해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최급 중이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가계대출을 23일부터 다시 시작한다.
금융지주는 새해를 앞두고 최근 은행 경영진을 재정비했다. 신한은행을 뺀 3곳이 행장을 교체했는데 카드·보험 등 계열사 사장이 은행장으로 직행하는 이례적 사례가 두 곳이나 나왔다. 지주, 은행, 비은행을 두루 경험한 영업·재무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장 후보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내정했다. 하나카드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KB금융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선정했다.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대표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다. 이 내정자는 업계에서 영업·재무통으로 꼽힌다. KB금융은 이 내정자가 계열사간 시너지를 조율할 수 있고 효율성 중심 체질개선을 통해 일관된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우리금융은 기업대출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 정진완 부행장을 신임 우리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정부 밸류업 정책 모범생으로 꼽히던 4대 금융지주 주가는 '12.3 계엄 사태' 이후 최대 10% 이상 하락하며 올해 상승분 중 20% 가량 반납했다. 대장주로 한때 코스피 시총 6위(11월)까지 올랐던 KB금융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국 불안에 경제·금융 시장이 흔들리며 유탄을 맞은 것이다.
다만 연초에 비해 여전히 높은 주가인 만큼 체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20일부터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다. 여기에 탄핵 심판이 빠르게 진행되며 정국 불안정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금융지주들은 연달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4분기 견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4분기 당기순이익(전망치)은 전년(1조3421억원) 대비 81.1% 증가한 2조4305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환율, 정치 등 대내외 환경이 여전히 변수지만, 타 산업에 비해 은행 등 금융업종은 그나마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을 기회는 물론 상생·정책금융 등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저수지 역할이 앞으로 더 돋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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