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을 두고 또 갈등을 빚고 있다. 후판 가격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번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면서. 협상기간도 해를 거듭할수록 길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연동 포뮬러 방식이 도출됐지만 아직까지 도입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 철강업계가 지난 9월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조선, 철강업계는 상반기,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후판은 두께 6㎜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된다.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의 20% 정도를, 철강사 전체 매출의 15% 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양 업계는 매번 치열하게 협상에 임한다. 올 상반기의 경우 톤(t)당 90만원대 초중반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소폭 인하됐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후판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판을 제조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후판 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및 업황 악화로 실적이 크게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는 턴어라운드가 확실시되고 있지만 아직 수주실적이 경영실적으로 완벽하게 전환된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국산 후판보다 t당 10만~20만원 저렴한 중국산 후판 가격을 근거로 국산 후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면서 하반기 후판 협상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지연돼 7월에야 마무리됐다.
이에 매년 소모적인 논쟁이 되는 가격 협상이 아닌 원자재 가격과 연동되는 포뮬러 방식이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철강·조선업계가 산업연구원에 공동으로 용역 발주한 '철강-조선 산업 상생을 위한 전략적 협력 방안 공동 연구'를 통해 스크랩, 철광석, 유연탄 가격과 조선 생산지수, 후판 대체성을 고려해 건설 기성액 등 5개 변수를 적용한 포뮬러 방식이 제안됐다.
하지만 해당 포뮬러 방식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포뮬러 방식 도입을 두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중국산과 비교되지 않고 합의된 방식으로 예상 가능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시장 가격 대비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협상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어 포뮬러 방식 도입에 대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포뮬러 방식의 시작점인 시초 가격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 업계가 모여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면 포뮬러 방식 도입에 대한 의견 교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가격 협상 3개월째 진척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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