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전문성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이른바 '전문직'은 보다 세부적인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을 의미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경험적 전문성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헌법이 대통령 단임제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번 해봤다'는 경험이 큰 자산이 되어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크게 국가원수로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2가지 지위를 모두 부여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계엄령 선포는 국가원수로의 권한이고, 국군 통수권과 법률안 거부권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으로 구분된다.
먼저, 국가원수로서의 전문성은 외국에 대하여 나라를 대표하는 품격과 자질이다.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말과 행동, 표정으로 국격을 나타내며, 반대로 실수 하나가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
영국이나 일본 등이 수상에게 행정부를 맡기면서도 여전히 국왕에게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전문성은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과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국무회의 의장, 정부에 대한 지휘 감독과 관련된다. 이것을 보려면 공무원은 전문성이 있는가, 그들을 지휘 감독하려면 별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
공무원, 흔히 말하는 늘공에 대해 국민들은 잦은 보직 변경으로 업무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를 보완하려고 개방형 직위나 전문계약직을 채용해 보았지만 의회, 예결산이나 회계, 민원(民怨) 처리, 언론홍보 등의 업무에서 경험부족으로 애로를 드러내었다. 반대로 보면 그 영역이 늘공들의 전문성이라 볼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이 전문성이라 할 수 있느냐의 잣대는 속도와 정확도이다. 정확하다면 실수가 적고, 빨리 처리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묻거나 자료를 찾지 않아도 될만큼 숙련되어야 한다. 사실상 기본 지식을 암기한 상태에서 기계와 같은 수준을 상상할 수 있다.
정치인에게 전문성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중요하다. 영향력이 크고 기계나 AI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서의 속도와 정확도는 경험과 지식에서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정치인의 경험은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 경력이 오래될수록 부정부패나 권모술수, 조변석개에 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경험없는 인물이 혜성같이 나타나면 참신하다, 깨끗하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을 뽑을 때 더욱 심하다는 것이다. 참신성이 떨어지지만, 때로는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순간이 존재한다. 경험이 아무도 없다면 정치와 행정에서 비슷한 혁신 경험을 갖춘 인물을 선출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