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거대 양당 대표가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중앙대학교 고시반 선후배 사이로 서로 가깝다고 알려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정안정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여당이 야당의 제안에 당내 논의를 시작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 권한대행은 18일 국회 본청에서 이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헌정사상 탄핵 정국이 이번까지 세 번”이라며 “우리 헌법이 채택한 통치구조인 대통령 중심제가 현실에 맞는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 논의를 언급한 셈이다.
야당의 탄핵소추안 남발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일부 탄핵소추안 철회도 요구했다. 권 권한대행은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 정치 공세적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 헌법재판소의 부담을 덜고 국정 마비 상태를 풀어달라”고 했다.
반면에 이 대표는 국정안정협의체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적으로 다시 요청했다. 권 권한대행은 앞서 두 제안을 빠르게 거절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경제가 매우 어렵다. 잠재성장률에 맞춰 균형재정에 매몰돼 정부의 경제 부분에 대한 책임이 미약했다”면서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에 대해서 전향적인 검토를 부탁한다”고 했다.
또 “현재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국회 1당과 2당 등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실제 협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 필요한 부분은 양보도 할 수 있다”며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재차 제안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양당은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권 권한대행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전력망 확충 등에 대한 법안을,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입장이 달랐지만 이번 회동을 기점으로 양당이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정안정협의체나 추경 등 민주당의 제안을 곧바로 거절했던 여당이 이번에는 당내 논의를 시작해보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양당 대표 회동 이후 취재진과 만나 “당내 프로세스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의원총회(의총)를 거쳐 답을 드리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민생경제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기 때문에 (추경 관련 의견을) 경청했다”면서도 “내년도 예산집행 계획도 준비가 안 된 시점이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한 예산이 8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내부 토론도 있고 정부 입장을 들어야 하는 부분도 남아있다”고 부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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