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내년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강하게 반영되면서 연준 통화정책의 방향성까지도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연준발 충격에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450원선을 내줬다. 탄핵 정국 이후 계속되던 원화가치 하락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미국발 관세 정책과 강달러 속 우리 수출기업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연준은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0.25%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새 점도표에서 연준위원들은 내년 말 정책금리 전망치로 기존(3.4%)보다 0.5%P 높인 3.9%를 제시했다.
통상적인 수순으로 0.25%P씩 금리를 내린다면 내년 금리 인하가 두 차례에 그친다는 의미다. 지난 9월의 4차례보다도 크게 범위가 줄어들며 통화정책의 속도 조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는 내년 출범할 2기 트럼프 정부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한 우려가 드러났다.
실제 연준은 이날 요약경제전망(SEP)에서 4분기 근원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은 2.2%에서 2.5%로 상향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며 성장을 낙관하면서도 물가에 대한 우려는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즉각 반응이 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3.0원으로 출발해 16.4원 오른 1451.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소식에 잠시 1450원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내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긴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1.95%, 코스닥은 1.90% 하락하며 불안감을 반영했다.
치솟는 달러는 향후 우리 기업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연준 통화정책 결정에 2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의 강도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강달러 가능성을 더욱 키운 까닭이다. 노무라증권 등에서 예상했던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역력하다.
이에 외환당국에서도 즉각 반응했다.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와프 거래한도를 650억달러로 늘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어 “정부와 한은은 높은 경계 의식을 갖고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시장안정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