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통령 고유 권한인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이 행사됐다.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되자 야당은 “마지막 경고”라며 압박했고, 여당은 “당연한 책무”라며 맞섰다. 권한대행의 권한을 놓고 여야의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깔린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쟁점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마지막 경고다. 선을 넘지 말라”고 반발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권한대행을 향해 “내란공범, 내란대행으로 남으려고 하느냐”며 “한 권한대행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이 아닌 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 공포 △헌법재판관 임명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수사 협조 등의 조치를 압박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 카드를 쓰겠다고 했으나 일단 보류했다. 내년 1월 1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두 특검법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이 탄핵에 신중을 기했던 배경에는 '헌법재판관 임명권'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추천 몫 3인을 추가 임명해 9인 체제를 조속히 만들기 위해선 키를 쥐고 있는 한 권한대행 체제 유지가 일단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탄핵에 나설 경우 오리혀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오히려 '야당의 탄핵 남발'을 계엄령의 명분으로 내세운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민주당을 제외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야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을 요구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내란 공범, 윤석열 방탄 대행인 한 총리에 대해 즉각 탄핵소추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민주당을 포함해 국회가 할 일은 내란 공범과 동조자들을 즉각 탄핵, 처벌해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두 번 다시 용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정국 긴장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에게 탄핵 으름장을 놓는 협박정치를 중단해야 한다”며 “야당은 권한대행 직무범위를 맘대로 정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의 '탄핵 남발' 방지 대책으로 법안 필요성을 강조했권 권항해댕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민주당은 28건의 탄핵안을 남발했다”며 “국회에서 통과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 그 탄핵안을 발의 표결한 국회의원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발의하자”고 했다.
앞으로 민주당의 대정부 공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권한대행이 궁지에 몰리면서 앞서 야당이 제안한 국정 안정협의체 구성도 사실상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도 일부 찬성한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거부할 경우 여야 정국 혼란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