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연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빠른 것 같다.
우리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인류의 역사도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를 거쳐 어느새 인공지능 시대에 도달했다.
인간의 능력을 크게 지적 능력(지능)과 신체적 능력(체력)으로 나눈다면, 산업화가 기계를 통해 체력을 대체했고, 정보화는 컴퓨터를 통해 기초 지능을 대체했다.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이 고유 능력이라 자부하던 고도 지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범용인공지능(AGI) 출시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를 AGI라고 정의한다면, 아마도 내년 말쯤에 나올 것 같다”고 답변했다.
곧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보다 더 똑똑한 존재와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지능이 더 뛰어난 존재가 지능이 더 떨어지는 존재에게 끝까지 통제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럼에도 인간은 인공지능을 도구로 보는 관점에서 이를 사용하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인간이 그렇지 않은 인간을 통제할 위험성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전 칼럼('인공지능 시대,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서 '인공지능이 당신을 대체하지 않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은 당신을 대체할 것이다'(AI will not replace you. A person using AI will.)는 유명한 문장을 소개한 바 있다.
위 문장에서 '대체'라는 단어가 '지배'라는 단어로 바뀌지는 않을까 하는 필자의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한다.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인간에 대한 더 심도 깊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틀 전 우리나라의 AI 기본법(인공지능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AI 산업의 발전 속도와 기본법의 특성을 고려하여 법을 통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시행령 등을 통한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를 추구하는 형태로 방향을 잡았다고 평가된다.
사실조사 조항 등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과 함께 그동안 고생한 관련 부처 및 관계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는 30일 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에는 AI 법제가 본격적으로 정비되고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성숙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minha-khm@naver.com
저자소개 :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는 인공지능(AI)·정보기술(IT)·지식재산(IP)·리스크관리(RM) 및 경영전략 전문 변호사이다. 법제처·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교육부·전자신문 IT교육지원캠페인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인력양성사업 자문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인식개선사업 자문위원, 경상북도청 지식재산전략 자문위원, 안동시청 지식재산관리 자문위원,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해외투자 및 저작권사업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하정 기자 nse033@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