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를 잡아라'…UR·레인보우로보틱스·뉴로메카 '각축전'

(왼쪽부터) 유니버설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뉴로메카 협동로봇. (사진=각사)
(왼쪽부터) 유니버설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뉴로메카 협동로봇. (사진=각사)

조선소가 로봇 업계 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체 용접을 로봇이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호(옛 현대삼호중공업)의 전남 영암 조선소 협동로봇 물량을 놓고 글로벌 1위 기업인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UR)과 국내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유니버설 로봇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HD현대삼호가 지난해 협동로봇을 처음으로 도입할 때 수주에 성공했으나 지난 6월에는 뉴로메카가 HD현대삼호와 용접 특화 협동로봇 12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3파전 체제로 재편됐다.

HD현대삼호는 국내 조선 업계 최초로 사업장에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선체 용접이 가능한 협동로봇을 활용,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HD현대삼호가 영암 조선소에서 운영 중인 협동로봇은 50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절반가량이 유니버설 로봇 제품이고,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뉴로메카가 나머지 공급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사 간 수주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HD현대삼호 이외에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등 HD현대 조선 계열사가 협동로봇 도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업계에서 로봇에 관심을 보이는 건 호황을 맞아 선박 수주가 늘고 있지만 생산 인력은 감소 추세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일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데, 협동로봇이 인력난 해소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협동로봇을 활용하면 자동화를 구현, 선박 제조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협동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HD한국조선해양과 국내 조선사 '빅3'로 협동로봇 활용이 본격화되면 수요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 증가에 로봇 기업들도 선박 용접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킴 포블슨 유니버설 로봇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HD현대삼호 영암 조선소를 직접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뉴로메카도 각각 협동로봇 품질과 가격 경쟁력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영업 활동 강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협동로봇 기업들이 선박 용접용 협동로봇을 큰 수요처로 보고 있어 이 분야가 향후 뜨거운 격전지가 될 것”이라며 “국내 경쟁을 넘어 세계 최대 조선 시장인 중국으로 협동로봇 수출을 타진한다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