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사가 발행한 채권 규모가 7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금리 인하와 규제 강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건전성 유지를 위해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총액은 7조2800억원으로 작년 총액(3조1540억원)을 두배 이상 뛰어넘었다.
세부적으로는 신종자본증권이 2조300억원, 후순위채가 5조2500억원 규모다. 이는 연기준 보험업계 역대 최대 발행으로, 유동성 위기와 신제도 전환 준비를 위해 채권발행이 쏠렸던 지난 2022년 발행액(4조550억원)을 3조원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이달 19일엔 KDB생명이 3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예고하면서 연말까지 자본확충 노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이 올해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한 건 최근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보험사 자본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2.8%대에 근접하며, 올해 초(1월 말) 3.345% 대비 0.5%p 이상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보험사 건전성 규제(지급여력제도, K-CIS)는 보험부채와 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금리가 내려갈 경우 보험부채가 증가와 자본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건전성 비율 악화로 나타나게 된다.
최근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p 하향하는 스몰컷을 결정하면서, 우리나라도 시장금리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보험산업을 전망하면서 금리가 1%p 하락할 경우 생보사 킥스 비율이 25%p, 손보사는 30%p 낮아질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더욱이 내년엔 할인율 현실화 등 보험사 건전성 하락으로 이어질 개연이 높은 규제 강화가 예고돼 있어 선제적인 자본 확충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채권으로 자본을 확보하다 보니 보험사가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성증권은 만기가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는 특성 탓에 보험업법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갚아야 하는 빚이다.
표면금리로 산출시 보험사들은 올해 발행한 채권으로만 연간 3600억원을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5년 뒤 채권 상환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로만 1조8000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규제 강화도 예정돼 있어 모든 보험사에게 건전성 악화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중소형사일수록 채권 금리가 높게 책정돼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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