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미래 건물

정석윤 법무법인 원 변호사
정석윤 법무법인 원 변호사

인간활동에 의한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류와 지구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삶의 방식을 찾는 데 있어 기후테크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 생활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후변화를 초래할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길이 '기술'에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거주하는 '집'이나 사무실 같은 건물을 건축할 때 온실가스배출량을 감축하는 '제로에너지 건축'이다.

엄밀한 의미의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건물 자체의 에너지 생산량과 소비량이 동일한 건축, 즉 순에너지 소비량이 '0'인 건물을 짓는 것을 말한다. 건물 분야는 연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2%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 시멘트, 철, 강철, 알루미늄 등 4가지 건축·인프라 자재의 내재탄소에 해당하는 15%를 제외하면, 건물의 운영부문이 연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7%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만일 건물 자체에서 생산된 에너지만으로 그 건물을 운영할 수만 있다면 이론상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7%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제로에너지 건축'을 통해 지어진 건물은 고단열, 고기밀 외벽·창호와 같은 '패시브기술'을 활용해 건물의 부하를 줄이고 태양광 발전, 지열, 연료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고효율 냉난방 기기, 열교환 장치 등 액티브 기술을 통해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 예컨대 이중 유리창를 통한 열 손실을 차단하고 기밀처리를 통해 빠져나가는 공기로 인한 열손실을 차단하는 패시브 기술(건축 구조를 최적화하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기술)과 온도가 낮은 지하 부분으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공기를 순환시킴으로써 겨울에는 공기를 가열하고 여름에는 냉각하는 지열시스템, 건물일체형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건물의 전력설비를 효율적으로 제어해 최적화하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과 같은 액티브기술(건물이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생산, 절약하는 기술)을 적용해 건물을 건축한다.

물론 이와 같은 기술을 적용하려면 초기 건설비용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동시에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은 '제로에너지건축물'을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로 정의하면서 건축물의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국토교통부는 2020년 공공 영역의 1000㎡ 이상 건물 건축을 시작으로 '제로에너지 건축'의 단계별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새해에는 30세대 이상 신축 민간아파트에도 5등급 수준의 제로에너지 건축인증이 의무화되고 2050년에는 모든 건물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동시에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축기준을 완화하거나 세제혜택, 금융지원과 신재생에너지설치보조금 지원, 에너지이용 합리화 자금지원과 같은 지원정책도 시행 중이다.

새로 건물을 신축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을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것, 즉 건물의 수리, 개축, 개수, 복원하는 그린리모델링도 중요하다. 실제로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보건소, 의료시설과 같은 공공건축물의 에너지성능, 실내공기질 등을 개선을 목표로 2020년부터 '취약계층 이용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도 시행 중이다.

'제로에너지 건축'과 '그린리모델링',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을 통해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건축을 앞당겨 건물부문의 온실가스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석윤 법무법인 원 변호사 syjeong@onelawpartner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