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안정, 고환율에 외국인도 국장 이탈…연중 외국인 비중 최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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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안정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증시를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연중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외국인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24%까지 하락했다.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7월 10일의 36.11%에 비해 약 4%포인트(P) 가량이 빠졌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지난 7월 845조원에서 20일 현재 634조원으로 200조원 가량이 감소했다. 7월 10일 당시 2340조원에 이르던 시가총액은 20일 현재 1967조원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국내 정치 상황의 불안정성에 더해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이 처음 선포된 지난 3일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34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이틀을 제외하고 11거래일 동안 한국 주식을 팔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량주를 대거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2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1조684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밖에도 KB금융(4140억원), 현대차(2432억원), 신한지주(1973억원) 등을 대량 매도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약 3255억원, 네이버는 2827억원, LIG넥스원은 103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 역시 국내 증시를 떠나는 분위기다. 2020년 7월까지만해도 코스피 거래량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거래 비중이 47.43%까지 낮아졌다. 이 기간 개인은 외국인과 달리 네이버(3204억원), SK하이닉스(2586억원), 삼성전기(1268억원)를 가장 많이 매도했다. 개인들은 외국인이 대거 매도한 KB금융과 신한지주 등 밸류업 종목을 중심으로 사들였다.

실제 최근 국내 증시는 연기금 등 기관이 떠받치는 분위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현·선물으로 상승 시도할 때마다 정치적 사태, FOMC로 찬물을 끼얹으며 외국인 재이탈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최근 반등을 주도하고 있는 수급 주체는 기관의 현물 매수와 외국인 선물 매수, 연기금 포트폴리오 비중을 맞추기 위한 연기금 매수, 연말 배당락을 노린 금융투자 매수”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증시 이탈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최근 1450원대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은 원달러 환율 레벨로 인해 국내 증시의 상방을 일부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환율 수혜주 중심의 차별화 장세 지속될 것”이라면서 “현 시점에서는 환율의 방향성이 국내 증시 경로에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코스피 시가총액 외국인 비중 - 자료:한국거래소
코스피 시가총액 외국인 비중 - 자료:한국거래소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