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훈련에 지장을 주는 주요 질병을 빠르게 진단하고, 신체등급을 판정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적용한다. 혁신기술 도입이 뒤처졌던 군부대도 AI를 활용한 진단보조 시스템 도입이 확대되면서 디지털전환(DX)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국군의무사령부에 따르면 이르면 새해부터 국군수도병원에 AI 기반 신체등급판정 지원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군 병원이 보유한 다양한 장병 의료영상 정보를 분석해 훈련에 지장을 초래하는 주요 질병을 빠르게 진단하고, 신체등급까지 판정하는 역할을 한다. AI가 진단을 보조하는 질병으로는 척추관 협착증과 강직성 척추염 2개를 우선 선정했다.
두 질병에 대한 신체등급 판정을 내리기 위해 군 병원 내 전문의가 영상정보를 분석해야 하는데 많은 시간과 함께 전문성이 필요하다. 초기 증상이 모호하고 다른 질환과 유사할 수 있어 의료영상에서 미세한 변화까지 확인하거나 추가적인 종합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 병원에선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의료진 피로도도 커지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
국군의무사령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으로 연상판독 보조에 AI를 활용, 진단과정을 일부 자동화해 전문 인력과 시간을 절약한다는 방침이다. 또 일관된 데이터 처리로 진단 신뢰성과 일관성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내년 하반기 중 개발을 완료하고, 국군수도병원에 시범 적용한다. 병원 내 전문의는 질환 의심자나 판독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해당 의료영상을 시스템에 올리기만 하면 AI가 수 초 만에 판독 의견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존 판독부터 신체등급 판정까지 걸렸던 시간 대비 절반 이상은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군 의료체계에 AI 기반 영상판독 지원 시스템은 최근 들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는 2020년부터 총 3년간 330억원을 투입해 군병원·의무부대 의료영상 진료판독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은 군이 보유한 대규모 의료데이터를 AI기술을 융합해 결핵, 폐렴 등 흉부질환과 골절, 뇌출혈, 뇌경색 등 9종의 질병을 진단 보조하는 AI 시스템을 개발·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개발한 시스템은 2021년 36개 군병원·의무부대에 구축했고,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88개 시설에 공급했다.
특히 AI 진단보조 시스템은 해외파병부대나 해외군병원, 순항함 등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도 구축돼 우리 군 장병의 전투력 유지를 지원했다. 실제 이 시스템은 우즈벡 군병원을 포함해 동명부대(레바논), 청해부대(소말리아), 순양지원함 등에 공급됐다.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군부대는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그동안 디지털전환에는 보수적이었다”며 “최근 데이터를 개방해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데, 산업계 입장에선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동시에 20대 남성이 가진 표준화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