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76〉미 의회를 멈춘 머스크의 트윗: 디지털 시대의 맥락 붕괴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지난 19일, 일론 머스크는 X를 통해 미국 의회의 정부 예산안 논의에 개입하며 약 150개의 관련 글 게시를 통해 해당 예산안을 '범죄적'이라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고, 하원의장은 문자 대화를 통해 예산안의 배경을 설명하며 설득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이러한 머스크의 공개적 메시지는 공화당 내 불안감을 급속히 확산시켰고, 결국 의회는 해당 예산안을 철회했다. 머스크는 선출직 공직자가 아님에도, 그 몇 시간 동안은 자신이 정부 권력을 잡은 것처럼 행동했고, 놀랍게도 공화당도 그를 그렇게 대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머스크가 게시한 글 속에 담긴 내용들 중 다수가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 예산안이 의회 의원들의 급여를 대폭 인상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비난했지만, 실제로 해당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또, 많은 연방 기관이 문을 닫고, 정부 직원들의 급여가 지연되는 등 상당한 운영 차질이 발생하는 정부 폐쇄의 영향을 경시하는 내용을 강조하는 등 부정확한 주장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게시글은 공화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고, 이는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과 왜곡을 초래했다.

정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며, 소비되는가? 이 질문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맥락 붕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맥락 붕괴는 개인의 자기표현이 불안정해지고, 특정 청중에게만 보여지는 정체성과 행동이 한데 섞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십대가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릴 때, 이를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 교사, 앞으로의 잠재적 고용주가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여러 청중 간 명확한 경계가 없는 상황에서 십 대들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며 이는 곧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 십대들이 공개적이고 영구적인 게시물보다 사적이고 일시적인 방식인 '스토리' 등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머스크의 사례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표현 문제를 넘어, 강력한 정치적 여론 형성과 정보의 유통 과정이 권력관계의 재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메시지는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정치적 압박으로, 지지자들에게는 행동 촉구로, 언론에는 새로운 뉴스로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맥락 붕괴는 다음 네 가지 주요 차원을 포함하는 다차원적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청중의 평면화다. 머스크의 게시글은 다양한 청중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는 특정 메시지가 한 맥락에서만 소통되기를 기대할 수 없는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을 보여준다. 둘째, 시간의 왜곡이 발생한다. 그의 게시글은 과거와 현재의 정보를 혼합하며,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거나 과장된 주장을 포함했다. 이로 인해 관련 메시지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불러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정확성이 드러났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정보가 순간적으로 소비되면서도 그 영향이 지속될 수 있음을 확인케 한다. 셋째, 의미의 불안정성이 발생한다. 머스크의 주장 중 일부는 지지자들에게는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으로, 반대자들에게는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동일한 메시지가 청중의 배경과 기대에 따라 상반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디지털 공간에서의 맥락 붕괴를 강화한다. 넷째, 플랫폼 목적의 충돌은 머스크의 X 활용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X는 그의 개인적 의견 표현과 동시에 상업적 목적, 즉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와 사용자의 참여를 극대화하려는 알고리즘적 설계에 의해 작동된다. 머스크의 게시글은 이 두 가지 목적을 결합하며, 특정 메시지가 여론을 조작하거나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현재 국내 뉴스 헤드라인을 가득 채운 계엄령 관련 보도와 같은 민감한 이슈에서도 일정한 연결점을 가진다. 일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기사로 확산되며 여론을 분열시키는 사례가 쉽게 목격되고 있으며 이는 알고리즘이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알고리즘 설계는 공론장의 왜곡 가능성을 높이며, 플랫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투명성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결국,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 소비는 우리의 공론장과 사회적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행위다. 우리는 정보 출처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며, 신뢰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능동적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