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공정성 논란까지···교보·어피니티 '엑시트 분쟁' 장기화 조짐

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교보생명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주당 가격에 대한 양측 이견이 큰 가운데,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안이 나오면서 봉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23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이달 국제상업회의소가 제시한 2차 중재안에 대해 '중재 취소'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이번 판결이 1차 중재 판정과 배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1차 중재 당시 국제상업회의소는 어피니티 등 교보생명 FI(재무적 투자자) 풋옵션 계약은 유효하다면서도, 신회장이 FI가 주장한 가격을 그대로 이행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2차 중재에선 감정평가기관을 선정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 20만달러(약 2억8900만원)에 달하는 이자가 부과된다.

문제는 교보생명 지분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관선정 과정이다. 업계는 가치 산정에 객관성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분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 주주간 계약에선 주식 공정시장가치(FMV)를 평가할때 양측이 책정한 주식 가격에 10% 이상 차이가 있을 경우 어피니티가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그중 하나를 신 회장이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2년 어피니티는 주당 24만5000원 가격에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총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2015년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할 경우 지분을 신 회장에 되팔 수 있는 권리가 계약에 포함됐다. 이후 상장이 지연되자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하며 신창재 회장에게 주당 41만원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제안을 신 회장 측이 거부하면서 주주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투자 6년 만에 기업 가치가 어피니티가 제시한 금액대로 67% 이상 뛰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교보생명 입장이다. 중재안 이행을 위한 평가기관 3곳 선정도 사실상 어피니티가 주도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현실적 선에서 가격을 선정하는 것이 양측에 최선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분쟁이 확대되면서 교보생명은 신사업 투자 등에 적극적이지 못한 상황이고, FI는 12년 이상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IB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한 가격, 주당 19만8000원이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작년 8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시장에서 평가한 교보생명 주당가격은 19만8000원으로 어피니티가 제시했던 금액(41만원)과 차이가 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0년 이상 시간이 끌리면서 교보생명과 FI 모두 피로한 상태일 것으로 보인다”며 “합리적인 가격이 산정되지 못할 경우 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이 안되는 상황”이라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