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를 낮춰 보던 소비자의 심리에 변화가 감지된다. 작년까지 '전기차'하면 미국과 한국 브랜드를 대부분 떠올리고 중국은 거의 없었으나 올해는 중국 비율이 6%로 커졌다. 중국 전기차의 강점으로는 가성비를, 약점으로는 품질을 많이 꼽아 '값싼 저품질 차'라는 인식은 여전히 강했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기차 시장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연례 전기차 기획조사' 전기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묻고 있다. 일반 소비자, 전기차 보유자, 전기차 구입의향자 각각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중 일반 소비자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 결과로, 일반(public) 소비자는 운전면허를 보유한 자동차 보유자와 2년 내 구입의향자를 지역별·성별로 할당 표집한 표본으로 한다.[소수 전기차 보유자(42명)와 구입의향자(56명)도 포함돼 있다]
국내 소비자 과반수는 '전기차'하면 미국 브랜드를 제일 많이 생각했다.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제조회사)하면 어디가 떠오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국가별로 집계했을 때 미국이 49%로 제일 많았다. 한국이 31%로 그 다음이었고 중국은 6%에 그쳤다.
중국은 작년 1%로 미미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다. 실제 전기차 최대 시장이자 생산국임은 다수가 알겠지만 중국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 브랜드인 BYD가 내년 초 출시를 예고하는 등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가시화됨에 따라 소비자 관심이 서서히 현실감을 찾아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한국 인식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소비자 거의 절반이 미국을 대표적인 국가로 인식했지만 작년(57%)에 비하면 8%p 감소했고, 한국은 2%p 줄어들었다. 미국은 전기차 붐의 주역인 테슬라 브랜드에 힘입어, 한국은 전기차 분야에서 선전하는 현대차그룹의 이미지로 높은 소비자 인식을 유지해 왔으나 위상이 전만 못하다.
중국 전기차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매력 요소는 여전히 가성비 측면에 머물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강점(매력요소, 이하 복수응답)으로 '저렴한 원자재 공급 능력'(58%)을 가장 많이 꼽았고 '우수한 가성비'(44%), '중국 정부의 공격적 지원'(41%) 등 소수에 집중됐다. 자동차의 본질적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모델', '배터리 기술 및 개발 능력' 등은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약점(우려요소)으로는 품질과 서비스 전반에 대한 불신이 넓고도 깊었다. '전기차 성능·품질 부족'(61%)이 과반수였고, '고객 사후관리에 대한 불신'(47%), '생산·조립 과정에 대한 불신'(47%), '원재료에 대한 불안감'(42%)도 많았다.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대우'(37%)에 대한 걱정도 상당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신차 소비자 반응(AIMM)'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차갑다. 구입의향 자체가 한 자릿수로 매우 낮았고, 사려던 차가 중국산이라면 대부분 구입을 재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중국 전기차의 가격 조건에 따라서는 이중적인 심리를 드러냈다. 만약 가격이 국산의 50~60%일 경우 61%가 구입을 고려한다고 했을 정도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중국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과 심리적 거부감은 전기차에서도 예외가 아니지만 경제적 이해타산에 따라서는 언제든 마음을 바꿀 태세”라며 “소비자는 중국 전기차에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얼마나 더 열릴지는 BYD의 가격 전략이 결정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상용차 시장에서 중국 전기버스·트럭이 그러는 것처럼 중국 전기승용차가 우리 곁 도처에서 달리는 날이 예상보다 일찍 올 수 있다”고 추측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