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팀이 자폐 유발 유전자로 알려진 Dyrk1a 유전자 결손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증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리튬이 신경 손상을 회복시켜 행동 이상을 정상화할 수 있음을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반복적인 행동의 증가뿐만 아니라 지적 장애, 불안 장애, 과잉 행동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자폐증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이 약 80%를 차지한다고 알려졌지만, 관련 유전자가 1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해 명확한 발병 기전을 찾기 어렵다.
다운증후군의 원인 유전자로도 알려진 Dyrk1a 유전자는 높은 빈도로 자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언어발달 장애, 지적 장애, 소두증(작은머리증)을 동반하는데, 이러한 증상을 통칭해 'Dyrk1a 증후군'이라 한다. 다른 자폐증과 마찬가지로 Dyrk1a 증후군 역시 아직 명확한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연구진은 Dyrk1a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를 이용해 유전자 결손에 따른 신경세포의 구조와 흥분성, 시냅스 기능, 뇌 크기 등의 변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Dyrk1a 유전자 결손은 시냅스의 밀도와 흥분성 시냅스의 기능을 감소시켰고, 신경세포 가지 구조를 축소시키는 등 뇌 구조와 기능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했다.
또 세포 발달과 기능을 제어하는 mTOR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해 뇌 성장과 신경세포 발달이 저하돼 소두증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억력 손상, 의사소통 장애, 사회적 상호작용의 감소와 같은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이 관찰됐다. 가령, 어미와 분리된 새끼 생쥐는 불안 행동이 크게 늘며 어미를 더 빈번히 찾았고, 수컷 생쥐는 구애 행동의 빈도와 복잡성이 줄어드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어 연구진은 mTOR 경로의 활성을 높이는 리튬을 생쥐의 유년기 동안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신생아 생쥐에게는 모유를 통해, 젖을 뗀 후에는 음용수에 혼합해 리튬을 투여하고 성체 시기까지의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신경전달과 신경세포의 구조, 자폐적 행동 증상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두증도 치료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유년기 단기간의 리튬 투여 효과가 성체 시기까지 지속됐는데, 이는 리튬의 효과가 신경학적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의 장기적인 구조적·기능적 복구를 가능하게 함을 보여준다.
공동 제1저자인 노준엽 선임연구원은 “Dyrk1a 유전자가 망가지면 마치 뇌 속 도로망 일부가 과도하게 혼잡하거나 연결이 끊겨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한다”며, “리튬은 신경 연결 및 시냅스 기능의 불균형을 조절하고, 뇌의 신호 전달 체계를 안정시켜 뇌 속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준 단장은 “유년기 단기간의 리튬 투여 효과가 성체 시기까지 지속된 것은, 자폐증을 조기 진단한 후 단기적 약물 치료를 통해 자폐증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고무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리튬은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과적 장애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그 효과와 안정성에 대한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며, “환자의 다양한 유전적 특성과 상태를 고려해 개인화된 최적의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12월 5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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