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은 신경회로 연구그룹 코소도 요이치 박사 연구팀이 태아의 뇌 발달 과정에서 만능세포로 불리는 신경줄기세포가 뇌와 신경계를 이루는 주요 세포인 신경세포(뉴런) 또는 교세포(글리아)로 전환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스위치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신경줄기세포는 수정후 태아의 뇌 발달 초기에 많이 발생하며, 뉴런이나 교세포 등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다재다능한 세포이다. 하지만, 신경줄기세포가 뇌 발달의 어느 시점에서 어떤 세포로 변할지 결정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신경줄기세포에서 발현되는 세포주기 조절인자 중 하나인 'p18'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라는 효소의 억제제(CDKIs)다. 연구팀이 뇌의 등쪽 피질이 발달하는 뇌발달 후기 단계에서 p18 단백질 유전자의 발현 수준을 조작하였더니, 신경줄기세포가 상층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 사이에서 전환되는 정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연구팀이 유전자를 조작한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신경줄기세포에서 p18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교세포가 더 많이 생성되고, 뇌 발달에 중요한 델타-노치(Delta-Notch) 신호경로가 활성화 되는 것을 노태영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이용,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p18 단백질은 교세포의 분화를 유도하고, Dlx2라는 인터뉴런(interneuron)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발현해 신경줄기세포에서 흥분성 뉴런, 교세포, 인터뉴런이라는 서로 다른 계통의 세포를 차례로 만드는데 조절 인자로 작용한다는 것도 처음으로 밝혀냈다.
코소도 요이치 박사는 “다양한 종류의 뇌세포들이 어떻게 적절한 수와 순서로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뇌 발달에서 세포 전환이 잘못될 경우 뇌전증이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과 같은 다양한 신경질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p18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치료법 개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뇌연구원 이원영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분자생물학분야 학술지인 '엠보 저널 (The EMBO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